삼성 라이온즈 최형우(43)의 가치는 단순히 타격 지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타석에서의 무게감은 물론, 포수 준비와 헌신적인 주루 플레이, 클럽하우스 리더 등 다방면에서 팀을 이끌며 베테랑의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최형우는 최근 12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쓸 뻔했다. 지난 23일 잠실 LG 트윈스전 9회, 삼성이 엔트리 내 포수 자원을 모두 소진하자 최형우가 포수 수비를 준비한 것. KBO리그에서 그의 마지막 포수 출전은 2014년 6월 12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커리어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소화했음에도 힘든 포지션을 기꺼이 수용하며 헌신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던 대목이다.
주루 플레이 역시 돋보인다. 물리적인 주력은 느리지만, 특유의 상황 판단력으로 변수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 24일 LG전에서는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2루 도루에 성공, KBO리그 역대 최고령 도루 신기록(42세 6개월 8일)을 작성했다. 26일 대구 KT 위즈전에서는 7회 후속 타자의 얕은 좌전 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진루해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단순히 한 베이스를 더 간 것을 넘어, 삼성의 8득점 빅이닝을 이끈 결정적 장면이었다.
더그아웃 안팎에서는 팀의 구심점 역할을 완벽히 수행 중이다. 24일 밤, 팀이 2연패에 빠지자 그는 선수단 단체 메시지방에 "잘하고 있다. 재미있게 하자"는 글을 남기며 동료들의 심리적 압박을 덜어냈다. 해당 메시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 최형우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팀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분위기가 좀 다운돼 있어서 힘을 좀 주고자 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메시지를 보낸 배경을 전했다. 베테랑의 따뜻한 조언 이후 삼성은 25일부터 내리 3연승을 달렸고, 27일 경기에서는 최형우가 직접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며 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 최형우. 삼성 제공
야구팬들 사이에서 최형우를 부르는 대표적인 애칭은 '퉁'이다. 데뷔 초창기 방송인 유퉁과 외모가 닮아 붙은 이 별명은, 이제 그의 다재다능한 헌신과 팀 내 비중을 설명하는 만능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현재 최형우의 6월 월간 타율은 0.257로 타격 사이클은 다소 떨어져 있다. 하지만 타석 밖에서 보여주는 희생과 허를 찌르는 주루, 그리고 팩트에 기반한 리더십은 숫자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43세 최형우는 경기장 안팎에서 결과와 행동으로 자신의 가치를 철저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