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옌청(25·한화 이글스)은 인터뷰룸에 들어서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왔다. 그가 “한국에서 최고”라고 소개한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라운지 제공 커피다. 왕옌청은 “맛있기도 하고, 금세 만들어줘서 정말 편하다. 한 번 드셔보라”고 권했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왕옌청. 한화 제공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왕옌청. 한화 제공 왕옌청은 2026년 KBO리그에서 특별한 선수다. 대만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2019년 일본 프로야구(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육성군에 입단했다가 올해 아시아 쿼터 선수로 한국에 왔다. 리그 유일의 대만 선수인 그는 29일 기준으로 6승(공동 9위) 3패 평균자책점 11위(3.59)에 오를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화 팬들은 왕옝청을 ‘왕 서방’이라 부른다. 마운드에서 열정을 다하는 모습뿐 아니라, 선한 인상과 반듯한 태도를 사랑한다. 왕옌청은 “처음에 ‘왕 서방’이란 말을 듣고 웃었다.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말이 따뜻하게 들린다. 나를 가족처럼 대해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KBO리그의 수입품인 동시에 수출품이다. 지난 23일 대만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한화의 전 경기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왕옌청의 활약은 대만 팬들에게도 큰 관심사가 됐다. 그는 “선수마다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는 한국의 멋진 응원 문화가 대만에 소개되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만에서 자라, 일본에서 크고, 한국에서 뛰는 왕옝청은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 도전하고 있다. KBO리그 정규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뒤 가족들을 만나 펑펑 눈물을 쏟았다. 프로 1군에서 거둔 개인 첫 승이었기에 감정이 북받쳤다. “언제 또 울 것 같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시즌 초에 비해) 요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지금 울고 싶다”고 했다.
3월 29일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거둔 왕옌청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화 제공 왕옌청은 “일본보다 KBO리그 훈련량이 적어서 적응이 어려웠다. 지금은 훈련을 줄이는 게 내게 유리한지 테스트 중”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만난 타자 중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첫 대결(4월 11일)에선 잘 상대했는데, 그때 김도영이 내 투구를 읽은 것 같더라. 두 번째 대결(6월 9일)에선 홈런을 맞았다”고 떠올렸다.
왕옌청은 평소 가만히 있질 않는다. 틈만 나면 더그아웃에서 쓰레기를 줍는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왕옌청은 “정말 피곤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지만, 시간이 나면 뭐라도 하려 한다”며 “휴일엔 책을 읽거나, 집 청소를 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리그 특유의 치열함과 압박감을 그는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시즌 초보다 약간 핼쑥해진 모습에 팬들은 ‘5일 로테이션이 힘든가 보다’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나’라며 걱정한다. 왕옌청은 “체중 차이는 거의 없다. 내가 힘들게 보였다면 KBO리그는 새벽 이동이 많아 피곤해서일 것”이라며 “한국 음식은 잘 먹는다. 특히 삼겹살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왕옌청의 투구 폼. 한화 제공 “기억에 남는 한국 팬이 있느냐”라고 묻자, 왕옌청은 “서울 원정 때 식당에서 팬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그들이 내 음식값을 계산하고 가셨더라.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전의 단골 라면집에 가면 서비스를 많이 줘서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왕옌청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KBO리그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앞선 모든 질문에 신중하고 느릿하게 답했던 그가 갑자기 ‘칼답’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