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4000년 넘게 함께 달려온 말을 기리는 공식 기념일이 생겼다. 유엔은 지난해 6월 3일 총회를 통해 매년 7월 11일을 '세계 말의 날'로 지정했다. 말의 역사적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되새기고, 동물복지와 지속 가능한 공존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다.
말은 인류 문명 발전의 핵심 동반자였다. 유라시아 초원에서 사람과 함께하기 시작한 말은 이동과 운송, 농경, 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자동차와 철도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이동 수단이었다.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 말이 풀을 뜯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나라와 문화가 달라도 말의 존재감은 같았다. 몽골에선 삶 그 자체였고, 아라비안은 세계적인 명마 혈통의 뿌리가 됐다.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서러브레드를 육성하며 경마 문화를 꽃피웠다. 우리나라 역시 고구려 고분벽화와 제주 조랑말, 조선시대 역참 제도 등 말과 함께한 역사를 이어왔다.
현재도 말은 세계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6080만 마리의 말이 사육되고 있으며,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말과 당나귀, 노새 등 사역동물이 약 6억명의 생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화와 도시화로 말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은퇴한 말의 복지 문제와 열악한 사육 환경,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악화 등 새로운 과제도 떠올랐다. 이에 국제사회는 동물복지 기준을 강화하고 은퇴 경주마 보호 사업 등을 확대하며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와 은퇴 경주마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세계 말의 날 기념경주'도 열린다.
'세계 말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달려온 동반자의 가치를 되새기고, 앞으로도 말과 사람이 건강하게 공존할 미래를 고민하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