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ERA) 6.05로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외국인 투수가 ERA 1.29로 환골탈태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KT 위즈 제춘모 투수코치는 확 달라진 스기모토 코우키에 대해 "팀 전체가 달라붙었다. 이게 바로 우리 KT의 힘"이라며 싱긋 웃어 보였다.
KT의 아시아 쿼터 투수 스기모토는 전반기 내내 퇴출 위기에 놓였던 선수다. 6월까지 37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8홀드, ERA 6.05에 그치며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7월 이후 나선 14경기에서는 1승 9홀드 ERA 1.29를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는 코치진은 물론 데이터 팀과 동료 선수들까지, 모두가 하나로 뭉쳐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당초 스기모토의 부진 원인은 심리적 요인으로 여겨졌다. KBO리그 입성 전 독립리그 경험이 전부였던 그가 프로 무대의 만원 관중을 처음 겪으며 멘탈이 흔들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KT 제춘모 코치와 스기모토. KT 제공
하지만 KT는 우선적으로 기술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전력분석팀과 데이터팀이 한 달 이상 객관적인 자료를 꾸준히 관찰하며 근본적인 원인이 '기술'에 있다는 것을 짚어냈다.
프런트가 도출해 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장의 코치진이 본격적인 교정에 나섰다.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을 필두로 김태한 수석코치, 제춘모·전병두 투수코치 등 사실상 4명의 투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댔고, 스기모토에게 투구 폼 수정과 구종 단순화를 주문했다.
우선 이강철 감독이 퀵모션을 지시해 폼을 간결하게 만들었고, 제춘모 투수코치는 스기모토의 디딤발 방향이 자꾸 빠지는 문제를 찾아내 보정에 나섰다. 투구판 밟는 위치를 조정해 디딤발이 홈 플레이트를 향하도록 수정한 것이다. 방향성이 잡히자 구위가 폭발했다. 수직 회전축이 올바르게 잡히면서 1900~2000대에 머물던 RPM(분당 회전수)은 최고 240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체인지업 대신 포크볼 구사 비율을 늘리자 범타 유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제 코치는 "회전축이 제대로 잡히니까 투구가 뻗어가는 길이 좋아졌다. 정타를 잘 허용하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가 나와도 타구 속도가 느려서 범타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아졌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KT 스기모토. KT 제공
이강철 감독은 스기모토의 반등 요인으로 제춘모 코치의 공로를 높이 샀지만, 정작 제 코치는 "나 혼자 선수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 팀에 투수 전문가가 4명이나 있지 않나. 합이 잘 맞다 보니 반드시 (좋은 투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전병두 코치만 봐도 1회부터 9회까지 서서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을 지도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렇게 합심해서 지도하다 보니 좋은 투수들로 성장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선수단의 끈끈한 동료애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낯선 환경에서 위축된 스기모토를 위해 고영표, 우규민 등 베테랑 투수들을 비롯해 주권, 손동현 등 또래 투수들이 먼저 다가갔다. 함께 밥을 먹고 쇼핑을 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제 코치는 "마치 설탕물에 스며들듯 팀에 녹아들었다"며 흐뭇해했다.
기술 교정으로 구위가 살아나고 동료들의 절대적인 지지까지 더해지자, 만원 관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투수로 거듭났다. KT는 마무리 투수 박영현이 없는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스기모토를 임시 마무리로 기용할 예정이다. 스기모토를 향한 신뢰도 더 단단해졌다.
방출의 기로에 선 투수를 포기하는 대신, 팀 전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력분석팀의 객관적인 데이터, 4명의 투수 전문가가 합심한 기술 교정, 그리고 동료들의 따뜻한 포용력까지. 스기모토의 환골탈태는 하나로 뭉친 KT 위즈 '원팀' 시스템이 일궈낸 최고의 성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