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정이 KBS 드라마를 통해 6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며 본업에 다시 시동을 건다. 그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친근하고 소탈한 일상을 보여준 만큼, 여러 플랫폼으로 시청층이 흩어진 OTT보다 접근성이 높은 TV 복귀가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유효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이민정은 오는 19일 KBS Drama에서 첫 방송되는 새 수목드라마 ‘그래, 이혼하자’로 시청자를 만난다. 결혼 7년 차 웨딩드레스 숍 공동 대표 부부가 이혼 위기를 맞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혼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에서 화려한 판타지 로맨스 대신 현실적인 부부 관계의 균열과 회복을 내세운 점은 TV의 주요 시청층인 4050 세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요소다. 사진=캔버스엔 제공 극중 이민정은 남편 지원호(김지석)와 웨딩드레스 숍 ‘지앤하이트’를 운영하는 공동 대표 백미영을 연기한다. 일터에서는 완벽한 파트너지만 집에서는 남보다 못한 냉전 관계에 놓인 부부다. 백미영은 결혼 생활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일과 자신의 삶을 놓지 않는 인물로, 이민정 역시 이러한 주체적인 면모에 매력을 느껴 작품을 선택했다는 전언이다.
이민정이 KBS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한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2020) 이후 6년 만이다. 이후 ‘오은영 게임’,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지난해 티빙 오리지널 ‘빌런즈’를 통해 연기 변신에도 나섰지만 흥행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 이혼하자’의 백미영은 이민정이 유튜브에서 보여준 소탈하고 야무진 ‘주부 9단’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거리감이 크지 않은 만큼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다만 편성은 변수로 꼽힌다. 지상파 KBS2가 아닌 KBS N 계열의 케이블·유료방송 KBS Drama에 방송되는 데다, 오후 11시라는 늦은 시간대도 부담이다. 일일극과 주말극을 통해 탄탄한 중장년 시청층을 확보한 KBS2와 비교하면 채널 접근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초반 화제성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해 시청자를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사진=캔버스엔 제공 그럼에도 이민정이라는 배우가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민정은 뚜렷한 비주얼적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유쾌한 로코부터 현실적인 휴먼 드라마에서 강점을 보여온 배우”라며 “장르적 쾌감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성과 현실성에 방점이 찍힌 작품일수록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는 그의 전달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민정은 2009년 ‘꽃보다 남자’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그대 웃어요’, ‘앙큼한 돌싱녀’ 등을 통해 밝고 입체적인 로맨틱 코미디 캐릭터를 자신의 색깔로 소화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는 주요 영화제 신인상을 받으며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병헌과 결혼한 뒤 대중에게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이미지가 한층 짙어진 점은 배우 이민정에게 양날의 검이다. 친근함을 높이는 데는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는 현실의 이미지가 극중 인물보다 먼저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정 역시 유튜브를 통해 가족으로서의 인상이 강해질수록 캐릭터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그래, 이혼하자’는 이민정에게 익숙함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작품이다. 소탈한 일상으로 쌓은 친근함을 캐릭터의 생활감으로 연결하면서도, 그 너머에 있는 배우로서의 얼굴을 얼마나 선명하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채널과 시간대의 제약을 넘어 ‘이민정이라서 설득되는 백미영’을 완성한다면, 6년 만의 KBS 복귀는 단순한 귀환을 넘어 배우 이민정의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