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은 지난 21일 특별한 의식을 치렀다.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마운드에 오르기 전 소금을 뿌린 것이다.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 시즌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원태인은 액운을 떨쳐내고자 여러 시도를 한 끝에 마운드에 소금을 뿌리기에 이르렀다.
원태인은 "경기 전에 만들어 먹는 음료에 소금이 들어가서 항상 챙겨 다닌다. 그러다 최근 안 좋은 흐름을 끊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 할 것 같아 마운드에 소금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소금 뿌리기가 루틴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소금을 뿌린 건 그때 한 번뿐이다. 나름 액운을 떨쳐낸 것 같아 만족한다"고 전했다. 그날 원태인은 7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원태인이 QS+를 기록한 건 5월 7일 키움 히어로즈전(7이닝 무실점) 이후 14경기 만이다.
하지만 원태인이 마운드 위에서 '뿌린' 것은 소금만이 아니었다. 예전의 위력을 되찾은 체인지업도 함께 던졌다.
이날 원태인은 평균 시속 123.5㎞의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올해 평균 구속인 131.2㎞보다 훨씬 느린 공이었다. 원태인은 폭염 브레이크(8월 5일~10일) 전까지는 130㎞ 초중반대의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8월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27.7㎞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은 120㎞대 초반까지 구속을 낮췄다. 데뷔 이후 줄곧 120㎞ 초반대를 유지했던 '그' 체인지업이 돌아온 것이다.
21일 창원 NC전에서 마운드에 소금을 뿌리는 원태인. 사진=TVING/SBS SPORTS 중계화면 캡처
원태인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이전 체인지업이 직구 구속보다 20㎞/h 가까이 느린 공이었다면, 올해 체인지업은 구속이 빠르고 상하 무브먼트가 큰 변형구였다. 실제로 삼성 전력분석팀은 원태인의 신형 체인지업이 무브먼트, 회전수, 상대 타자 헛스윙률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직구처럼 뻗어 나오다 날카롭게 꺾이는 이 체인지업은 원태인의 결정구로 손색이 없었다. 삼진율도 18.4%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뜻밖의 부작용이 따랐다. 직구와 비슷한 타이밍에 타자들의 스윙이 나오면서 파울이나 빗맞은 타구가 잦아진 것이다. 여기에 구속이 증가한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몰리는 현상까지 맞물리며, 원태인의 피안타율은 지난해 0.253에서 올해 0.292로 크게 올랐다.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 역시 0.355(지난해 0.275)로 상승했다.
고민 끝에 원태인은 이전 체인지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선수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전력분석팀의 권유가 있었고, 동료 구자욱과 김지찬도 불펜 피칭 때 타석에서 원태인의 체인지업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예전 구종을 추천했다. 김지찬은 "새 체인지업도 확실히 좋지만 직구 타이밍에 스윙하다 운 좋게 맞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반면 예전 체인지업은 확실히 스윙 타이밍을 뺏을 수 있어 타자에게 더 까다롭다"고 첨언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변화의 조짐은 지난 13일 KIA전부터 나타났다. 당시 원태인은 폭염 브레이크 기간 포수 김도환과 오래 상의하며 느린 체인지업 복귀를 준비했다. 당일 경기에서 김도환이 대타 강민호로 조기 교체되며 오래 준비했던 경기 운영이 꼬이는 불운이 있었으나, 느린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긴 21일 NC전에서는 QS+라는 확실한 효과를 봤다.
이날 경기에서 비록 패했지만 원태인은 "소금과 체인지업의 효과를 제대로 봤다"며 실마리를 찾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신형 체인지업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필요한 순간 상대의 허를 찌르는 빠른 속도의 체인지업도 함께 활용할 계획이다. 경기 중 두 가지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무기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상대 타자로선 머리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