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우의 미세한 타격 자세 조정. 왼쪽은 8월 11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 오른쪽은 5월 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타격 모습이다. 조형우는 후반기부터 배트를 잡은 톱 포지션의 위치를 뒤로 옮겼다. 테이크백 동작을 조금 간결하게 하려는 결정이었는데 그 결과 후반기 타격이 폭발하고 있다. SSG 제공
올 시즌 전반기를 마친 뒤 조형우(24·SSG 랜더스)는 고민에 빠졌다. 팀의 주전 포수로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지만, 문제는 '생산성'이었다. 전반기 타율은 0.223에 그쳤고, 6월에는 월간 타율이 0.171까지 떨어졌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7월 16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전반기 타격폼을 유지했던 조형우는 이튿날부터 미세 조정에 들어갔다.
핵심은 타격할 때 손의 위치였다. 조형우는 기존 톱 포지션에서 배트를 쥔 손이 다소 앞쪽에 있었다. 테이크백 과정에서 손을 뒤로 미세하게 움직인 뒤 다시 앞으로 가져와야 했다. 타격에 정답은 없지만, 조형우는 보다 간결한 타격이 낫다고 판단해 톱 포지션에서 손의 위치를 조금 더 뒤로 옮겼다. 뒤로 움직였다가 다시 앞으로 가져오는 동작을 줄이고, 곧바로 타격하는 방식이다.
후반기 타격 상승세를 타면서 AG 출전에 대한 기대를 높인 조형우. SSG 제공
작은 변화였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면서 투수의 공에 조금 더 빠르고 간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타격 타이밍을 잡는 과정에서 여유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타구의 질도 좋아졌다. 조형우의 후반기 32경기 타율은 0.346(104타수 36안타)이다. 후반기 출루율(0.415)과 장타율(0.548)을 합한 OPS가 0.963으로 전반기 0.607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을 의미하는 RC/27도 전반기 2.93에서 후반기 9.75(5위)로 크게 향상했다.
임훈 SSG 타격 코치는 조형우의 타격 수정에 대해 "꼬인 동작을 만들어 한 번에 풀 수 있는 예비 자세를 미리 만드는 방식"이라며 "선수가 어떤 스윙을 해야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좋은 방향성이라면 결과가 안 나올 수 없다"고 지지했다. 안타가 쌓이면서 자신감도 점점 커진다. 조형우는 "후반기 첫 경기가 끝난 뒤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고 생각해 타격 자세를 바꿨다. 미세한 차이일 수 있지만 후반기에 변화를 준 건 이거(손의 위치)밖에 없다"며 "안타가 한두 개씩 나오다 보니 조금씩 확신이 생긴다. 결국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SSG의 주전 포수로 도약한 조형우. SSG 제공
조형우는 이번 달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태극마크를 단다. 후배 김건희(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대표팀의 포수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다. 그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처음에는 걱정과 부담이 컸는데 (후반기 성적이 향상하면서) 최근에는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좀 더 욕심도 생기는 거 같다"며 웃었다. 시즌 중반 바꾼 작은 변화가 조형우의 후반기를 바꿨다. 이제 그 변화가 국제 대회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