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판타지오 제공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 이창섭의 목소리가 다시 찾아온다. 애잔함이 밴 음색부터 시원한 고음까지, 쓸쓸한 계절과 유독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이창섭이 새 앨범으로 가을의 문을 연다.
이창섭은 오는 15일 세 번째 미니앨범 ‘리;메이크 (사랑의 조각들)’를 발매한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미니 2집 ‘이별, 이-별’ 이후 약 11개월 만의 신보다. 전작에서 이별 뒤 남은 감정을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흩어진 사랑의 기억을 하나씩 맞춰간다.
공개된 무드 필름은 홀로 앉아 있는 이창섭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구겨진 악보와 흩어진 퍼즐 조각, 낡은 종이로 둘러싸인 공간은 쓸쓸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더한다. 메마른 듯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는 이창섭의 눈빛과 모래 먼지가 내려앉은 악기 사이 홀로 생각에 잠긴 모습은 ‘사랑의 조각들’이 품은 정서를 짐작하게 한다.
신보의 분위기는 선공개곡 ‘또 사랑이라니’를 통해 먼저 드러났다. 가수 윤종신이 프로듀싱한 곡으로, 힘겨운 이별을 지나 다시 찾아온 사랑 앞에서 느끼는 복잡한 마음을 담았다. 쉽사리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면서도 다시 사랑에 흔들리는 감정을 이창섭 특유의 짙은 목소리로 풀어냈다.
이창섭은 지난 2012년 그룹 비투비로 데뷔해 팀의 보컬 멤버로 활동해왔다. 탄탄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비투비는 멤버마다 보컬 색깔이 뚜렷한데, 그중에서도 이창섭은 이별과 그리움을 담은 노래에서 단연 돋보였다. 비투비의 대표곡 ‘그리워하다’에서는 떠난 이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냈고, ‘아름답고도 아프구나’에서는 사랑했던 순간과 그 끝에 남은 아픔을 노래했다. 거친 듯하면서도 여린 음색에 안정적인 가창력까지 더해져 곡의 감정을 섬세하게 끌고 가는 것이 강점이다.
이러한 매력은 솔로 활동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2024년 발표한 캔의 원곡 리메이크 ‘천상연’은 이창섭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킨 곡이다. 익숙한 멜로디에 짙은 감정 표현을 더해 자신만의 ‘천상연’을 완성했고, 곡은 그해 멜론 연간 차트 9위에 오르며 이창섭을 대표하는 솔로곡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해 발표한 ‘그래, 늘 그랬듯 언제나’에서도 이창섭의 장점은 그대로 이어졌다. 담담한 목소리와 짙은 감정 표현이 어우러져 듣는 이를 가사에 몰입하게 만든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미니앨범 ‘이별, 이-별’을 통해 이별 뒤 남은 감정을 한 장의 앨범으로 풀어냈다. 타이틀곡 ‘주르르’에서는 사랑했던 사람의 빈자리를 빗소리에 빗대 노래했고, ‘사랑, 이별 그 사이’와 ‘처음처럼’ 등 다섯 곡을 통해 공허함과 상실부터 그 이후의 희망까지 담아냈다. 사진=판타지오 제공
이창섭의 목소리를 오래 곁에서 들어온 팬들에게 이번 앨범은 더없이 반갑다. 데뷔 때부터 그를 응원해 왔다는 한 팬은 “이창섭은 첫 마디만 흘러나와도 바로 알아챌 만큼 자기 목소리가 확실한 가수”라며 “오랫동안 노래를 들어왔지만 사랑이나 이별을 노래할 때마다 또 새롭게 들리는 게 신기하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거나 마음이 조금 허전해지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이창섭 노래부터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투비 때부터 지금까지 한 해 한 해 목소리와 감정이 깊어지는 걸 지켜보는 재미도 컸다”며 “이번 앨범을 계기로 이창섭만의 사랑 노래가 하나의 색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매년 이맘때쯤이면 새 노래를 기다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계절도 절묘하다. 한낮의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고 바람 끝이 서늘해지기 시작한 9월, 이창섭의 아린 목소리를 다시 듣기 좋은 때가 왔다. 그가 이번에는 흩어진 ‘사랑의 조각들’을 어떤 목소리로 맞춰갈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