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정규시즌 홈런 1위 김도영. 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지만, 역대급 경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4년,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경쟁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집안 싸움'이 치열했다.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은 등판한 31경기에서 20승을 거뒀다. 4번 타자 박병호(은퇴)는 3할 타율(0.305) 52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타점·홈런 부문 1위였다. 강정호(은퇴)는 39홈런을 기록하며 유격수 최초 40홈런 달성을 앞두고 있다.
2014년 '위너'는 서건창이었다. 정작 기자단 투표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총 유효 표 99표 중 77표를 그가 얻었다. 박병호는 13표, 결국 '유격수 40홈런'을 달성한 강정호는 7표였다.
서건창은 10월 17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최종전에서 안타 2개를 치며 역대 최초로 단일시즌 200안타(최종 201개)를 넘어섰다. 사실 200안타 달성이 불투명했던 정규시즌 종료 2주 전까지는 MVP 후보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초 기록을 달성하면서 단번에 MVP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12년이 지난 2026년. 정규시즌 1위와 5강 경쟁이 비교적 빨리 막을 내렸지만, MVP 경쟁이 역대급으로 치열하다. 2014년처럼 후보가 많다. 누가 수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비등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홈런왕 경쟁 중인 김도영(KIA 타이거즈) 오스틴 딘(LG 트윈스) 샘 힐리어드(KT 위즈) 사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8일 기준 김도영은 43홈런을 기록하며 1위를 지키고 있는 김도영은 타율(0.313) 타점(114개) OPS(1.066)를 기록 중이다. 김도영을 1개 차이로 쫒고 있는 힐리어드는 타점 부문도 1위(134개)였다. 타율은 0.304. 전반기 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갔던 오스틴은 홈런(41개) 타점(127개)은 김도영·힐리어드에 근소하게 밀려 있지만, 0.340을 기록한 타율에서 크게 앞서 있다.
매 시즌 홈런왕이 MVP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세 선수가 한두 개 차이이기에 타율·타점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등 다른 요인들이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WAR은 김도영이 8.65로 1위, 오스틴이 8.42다. 힐리어드는 6.43.
팀 성적 프리미엄은 KT 정규시즌 1위 주역인 힐리어드가 가장 앞서 있지만, 김도영과 오스틴도 소속팀을 포스트시즌(PS)으로 이끌어 힐리어드과 비교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
MVP 후보에 '거포'만 있는 건 아니다. 올 시즌 KBO리그 국내 선수 최다 안타(9일 기준 204개)를 경신한 최원준(KT)도 자격을 갖췄다. 그는 이 기록을 보유했던(2024년 202개)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와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안타왕' 경쟁을 치르고 있다. 두 선수 종전 기록을 넘어 섰다. 레이예스가 한 경기 더 남았지만, 최원준의 타격감이 워낙 좋다. 다만 레이예스가 2024년 서건창의 종전 단일시즌 최다 기록을 깨고도 MVP 후보로 큰 경쟁력을 갖지 못했고, 팀 성적 프리미엄도 KT 다른 주축 선수들과 나눠가질 수 밖에 없다.
수상 후보가 많은 야수와 달리 투수는 곽빈(두산 베어스)이 독보적이다. 9일 기준으로 리그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2점 대 평균자책점(2.24)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진(197개) 부문도 1위다. 승수는 11승뿐이지만,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야수의 공수 지원이 반영되는 다승보다 평균자책점이 투수 개별 역량을 평가하는 더 명확한 지표로 여겨진다. 야수 후보자들의 표가 갈리면, 곽빈이 유리해질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홈런왕·안타왕 경쟁. 역대급 MVP 레이스라는 건 분명하다. 시상식 당일 호명될 때까지 예측이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