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야구 구상이 '캡틴' 구자욱의 검진 결과에 달렸다. 구자욱의 상태에 따라, 삼성의 포스트시즌 타선 구성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구자욱은 지난 14일 왼쪽 햄스트링 부상 부위에 대한 정밀 재검진을 받았다. 다만 이날까지 구단의 공식적인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병원의 소견을 교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5일 오전 결과가 나올 수 있다. 12일 정규시즌 일정을 마친 삼성 선수단은 바로 이날부터 가을야구 훈련 및 합숙에 돌입한다.
구자욱은 지난달 30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주루 도중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정밀 검진 결과 힘줄이 0.5~1㎝가량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주사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며 포스트시즌 복귀를 준비해왔다. 지난 12일 박진만 삼성 감독은 "몸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실내 사이클도 타고 있다"며 긍정적인 회복세를 전하기도 했다.
삼성으로서는 구자욱의 복귀가 절실하다. 구자욱은 올 시즌 114경기에서 타율 0.371(420타수 156안타) 15홈런 102타점 88득점 OPS 1.039를 기록했다. 타율과 출루율(0.458)에서 모두 리그 1위에 오르며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 삼성은 부상 이후 구자욱 없이 치른 9경기에서 3승 6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팀 타율은 0.212에 그쳤다. 구자욱의 공백이 적지 않았던 만큼 가을야구에서 타격만이라도 소화할 수 있다면 삼성으로서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12일 정규시즌 최종전 종료 후 모습을 드러낸 삼성 주장 구자욱(오른쪽). 삼성 제공
문제는 구자욱이 어느 정도까지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느냐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복귀하더라도 정상적인 외야 수비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플레이오프(PO)는 물론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구자욱의 지명타자 선발 출전 또는 대타 기용을 고려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구자욱의 지명타자 선발 출전이다. 구자욱이 타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면 삼성은 그의 공격력을 경기 초반부터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변수는 현재 삼성의 지명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최형우의 활용 문제다. 구자욱과 최형우를 동시에 선발 라인업에 배치하려면 최형우가 좌익수 수비를 맡아야 한다.
좌익수 수비 중인 삼성 최형우. 삼성 제공
박진만 감독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 12일 "구자욱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 최형우가 좌익수로 나가야 한다"며 최형우의 외야 수비 기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날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최형우를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지난 5월 31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134일 만의 좌익수 선발 출전이었다.
다만 최형우의 외야 수비는 삼성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 시즌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보낸 최형우가 포스트시즌의 중요한 경기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잠실처럼 외야가 넓은 구장에서는 수비 범위와 타구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구자욱과 최형우의 방망이를 모두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외야 수비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반대로 구자욱이 대타로만 출전할 수 있다면 최형우는 기존처럼 지명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삼성은 외야 수비의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구자욱을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구자욱의 타격 기회가 제한되는 데다, 햄스트링 상태에 따라 출루 이후 대주자 교체까지 고려해야 한다. 구자욱의 타격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최악의 시나리오는 구자욱의 포스트시즌 결장이다. 이 경우 삼성은 타율 1위 타자 없이 가을야구를 치러야 한다. 최형우를 지명타자로 활용하고 기존 외야진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구자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타순 조정과 공격력 보완이 불가피하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구자욱의 검진 결과에 달렸다.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 가을야구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으나 타선의 핵심인 구자욱의 활용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한 전력 구상을 마무리하기는 어렵다. 15일 나올 재검진 결과에 삼성의 가을야구 밑그림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