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큼 ‘내가 떨릴 수 있게’는 가족과 함께 보기 편안한 드라마는 아닐 수 있다. 섹스란 단어가 거리낌 없이 나오고 원나잇, 혼전임신 등 자극적인 설정도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은 이런 소재들을 단순한 장치로만 소비하지 않으며, 성과 관계에 관한 진중한 성찰과 깊이 있는 고민도 함께 담아냈다.
공연수와 독고달이 벌이는 토론과 논쟁 장면이 그렇다. 전 연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놓고 독고달은 “오랜만에 만나 밥 먹고 안부 물으면서 느끼는 충족감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자, 공연수는 “그냥 밥 먹고 안부만 물으면 되지 굳이 파트너가 돼야 하냐. ‘한번 즐기자’는 속된 욕구를 쿨함으로 포장하지 말라”고 반박하고, 독고달이 다시 “즐기는 게 죽을죄는 아니지 않냐”며 받아치는 식이다. 작품은 한쪽 편을 들거나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내기보단 두 인물의 관점을 균형 있게 전달하며 시청자에게 생각해볼 지점을 던지는 방식을 취한다. 동시에 남지현과 김재영은 익살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티키타카 호흡을 완성하며 진지한 싸움이 아닌 유쾌한 토론으로 장면을 이끈다.
특히 남지현은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서 명연기를 보여준다. 독고달에게 마음이 있지만 게이인 줄 알고 단념했다가 아닌 걸 알게 된 후 “나 지금 안심하는 거니? 미쳤어 공연수”라고 자신의 감정에 화들짝 놀라거나, 자신의 마음을 확신한 후 “나랑 데이트할래요?”라고 직진하는 장면은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폭발한다. 남지현은 재고 따지는 계산 없이 감정에 솔직한 캐릭터를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연기로 소화해냈다.
연출을 맡은 김예지 감독은 작품에 대해 “소재가 너무 쿨하게 보이는 건 반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톤 다운하고 두 남녀의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 지 과정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며 “남지현, 김재영은 각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였다”고 캐스팅 이유를 전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