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사진=SBS)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천재 외과 의사 주인공 계수정(김지원)은 ‘귄위’를 싫어한다. 정확히는 그 우위성을 행사해 다른 누군가를 찍어 누르는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혐오한다.
가치관이 확실한 주인공을 둔 이야기에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는 방영 이래 ‘편향된 시각’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방영 초기 일각에선 주인공의 시각에서 의료인의 묘사가 부정적으로 편향됐다고 비판 받았고, 5.18민주화운동에서 총상을 맞은 환자를 살리고 싶어 하는 6회 에피소드를 두고 ‘정치적 견해’가 과도하게 개입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방송심의 나아가 방영 중단을 촉구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24일 6회 방송 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등록된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은 기한 내 100명의 찬성 요건을 충족해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당 청원인은 “큰 틀에선 아픈 역사라는 점은 누구도 이견이 없겠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정치적 논쟁’이 있는 5.18을 뜬금없이 드라마에 활용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드라마라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후 ‘닥터X’ 팬 일동이라 자칭하며 등장한 성명문에서는 원작이 일본 드라마이자 의료 드라마이기에 5.18 및 가상의 전직 대통령 소재가 기존 드라마의 서사를 해친다고 지적하며, 각색 연출 경위와 실제 5.18 생존자와 유족과의 사전 검토 과정 여부 등에 대한 제작진 입장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SBS 측이 별도의 입장 발표를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닥터X’의 제작사 스튜디오S의 이옥규 책임 프로듀서는 “노 피어”(No Fear, 두려움 없다)라는 글을 방영 직후에 남겼다. 그가 글을 남긴 의도는 밝히지 않았으나, 방송 후 이어질 갑론을박을 예상한 듯한 게시 시점이었다.
창작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듯, 시청자에게도 연출에 대한 비판적 감상을 표현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입장 차가 있는 소재를 다루는 것만으로 정치적 표현으로 몰아 방영 중단으로 제한하고자 하거나, ‘다루지 않는’ 상태가 정치적 중립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권력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작품까지 ‘중립’을 이유로 배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한 사건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줬는지 이야기를 통해 제시하고, 감상의 공론장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역사적 사실을 재현할 때는 책임이 따른다. 실제 사실을 잘못 묘사하거나, 허구적 설정이 사실로 오인될 가능성이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사진=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 캡처 우선 ‘닥터X’가 소재로 꺼내 온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시민에 대한 헬기 사격은 2018년 국방부 특별 조사를 통해 확인된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정치적 논쟁’이라 규정하는 것 자체에 반박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에피소드가 기존 계수정과 ‘닥터X’의 서사를 해치는가. 다시 계수정을 보자. 그는 의국의 권위주의에 코웃음 치고, 자신이 지닌 의술로 환자를 살리는 일에만 집중하는 인물이다.
6회에서 과거 용병 의사 시절 마주친 내전 국가의 소년과 현재 대학병원에서 맡게 된 5.18민주화운동의 생존자를 겹쳐본 계수정에게는 이들 모두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환자로 묘사됐다. 이들을 만난 시점도 나라도 다르지만, 모두 국가폭력의 희생자다. 내전 국가에서의 경험은 계수정이 ‘권위’를 싫어하는 근간의 단서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닥터X’는 의사인 주인공을 통해 실제 역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들여다보고,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치유를 건네는 데 집중했다. 옥상에서 죽으려던 피해자와 그곳에 헬기로 이송된 가해자, 전 대통령 ‘지두석’과 교차하는 장면이야말로 뉴스가 아닌 ‘드라마’이기에 존재할 수 있고, 보는 이의 감상을 추동한다.
‘닥터X’는 의사 계수정을 통해 사회 곳곳에 메스를 겨누는 ‘치유’의 길을 선택했다. 논쟁을 피하지 않는 의사 계수정에 눈총이 쏟아지는 한편으로, 그의 극약 처방에 치유 받는 이도 분명히 있다. 그것이 드라마의 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