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아이맥스 없는 아이맥스관 시절이 시작됐다. 영화 ‘오디세이’가 떠난 자리에는 아이맥스 영화가 아닌, 일반 한국영화가 들어섰다.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내리고, 스크린쿼터를 채우기 위한 ‘억지’ 한국영화 상영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1일부터 CGV 아이맥스관에서는 영화 ‘실낙원’을 상영하고 있다. 문제는 ‘실낙원’이 아이맥스 포맷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맥스관의 대형 스크린에서 일반 상영관의 값을 받고, 일반 디지털 버전으로 상영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스크린쿼터가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극장은 연간 상영일수의 20% 이상을 한국 영화로 채워야 한다. 통상 연간 73일로, 아이맥스관을 비롯한 특별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해당 일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하루 전체 상영 회차를 한국영화로 편성해야 한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6일 기준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이른바 ‘용아맥’이 채운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총 40일이다. ‘휴민트’ 14일, ‘군체’ 9일, ‘호프’ 12일에 이어 지난 21일부터 ‘실낙원’을 상영하며 5일을 추가했다. 연말까지 채워야 할 일수는 여전히 33일이나 남아 있다. 올해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한 한국영화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점도 부담을 키웠다. 2023년 9편, 2024년 7편, 2025년 8편이었던 한국영화 아이맥스 개봉작은 올해 단 3편에 그쳤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오는 12월 16일 개봉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비롯해 동시기에 개봉할 ‘듄: 파트 3’ 등 아이맥스 기대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말 아이맥스 및 특별관을 차지할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극장으로서는 그 전에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맥스관은 일반관보다 높은 티켓값을 지불하더라도 특별한 관람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거대한 스크린과 특화된 음향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이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때문에 아이맥스 포맷이 아닌 영화를 일반 요금으로 상영하면서 특별관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극장 입장에서는 주요 수입원인 특별관을 일반관처럼 운영해야 하고, 관객 입장에서는 퀄리티 높은 아이맥스 콘텐츠를 관람할 기회가 줄어드는 구조다. 한국영화 상영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특별관의 운영 효율성과 충돌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물고기뮤직 제공 그간 아이맥스관들은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왔다.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한 한국영화뿐 아니라 대형 한국영화가 부재한 시기에는 아이유, 제이홉 등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실황 영화를 편성하며 팬덤 수요로 스크린쿼터를 채우는 식이었다. 올해 역시 11월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 영화 등으로 의무상영일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오디세이’의 장기 흥행으로 이러한 스크린쿼터의 모순이 더욱 뚜렷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아이맥스 기대작이 없는 틈을 활용해 한국영화 상영일수를 채웠다면, 올해는 ‘오디세이’가 객석률 90%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관객 수요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영을 중단했다. 스크린쿼터를 채우기 위한 편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그 대가로 관객의 선택권까지 제한되는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실제 예매 상황에서도 괴리가 드러난다. 26일 ‘용아맥’의 ‘실낙원’ 예매 현황을 살펴보면, 이날 열린 예매 가운데 총 624석 가운데 회차에 따라 500석 후반에서 600석 초반까지 미판매 좌석으로 남아 있다. 상영관 대부분이 비어 있지만, 의무상영일수를 채우기 위해 편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현행 스크린쿼터는 특별관에도 일반관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별관 포맷에 마자는 한국영화가 부족할 경우 일반 한국영화 상영을 통해 의무일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영화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되, 관객 수요와 콘텐츠 공급 현실을 고려해 스크린 단위가 아닌 극장 단위 산정 등 보다 유연한 적용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