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광주 LG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KIA 카스트로. 광주=배중현 기자
"새로운 선수가 된 마음으로 뛰겠다."
지난 6월 18일이었다. 두 달여 만에 1군 엔트리에 복귀한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33)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여기 다시 돌아와서 기쁘고 행복하다"며 달라진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카스트로는 그야말로 '위기의 남자'였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운 사이,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아데를린 로드리게스(등록명 아데를린)가 일발장타력을 앞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부상 전까지 카스트로의 타율은 0.250에 머물렀고, 장타율도 0.420에 그쳤다. 반면 아데를린은 타율 0.264, 장타율 0.554를 기록하며 타격의 정확도와 장타력 모두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구단은 "기본기와 생산성은 비교가 안 된다"며 카스트로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보냈다. 수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량과 타자로서의 완성도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1차전. 3회 초 2사 1루 때 KIA 카스트로가 홈런을 친 후 김도영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6.10.26 [연합뉴스]
부상에서 돌아온 카스트로는 말 그대로 '새로운 선수'가 됐다. 강점인 정확도는 물론, 약점으로 지적받던 장타력까지 끌어올리며 한층 완성도 높은 타자로 거듭났다. 1군 재등록 뒤 카스트로의 76경기 타율은 0.348(313타수 109안타). 이 기간 리그 타격 3위, 장타율은 0.064로 7위에 자리했다. 활약은 '가을'에도 이어지고 있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3경기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시리즈 출루율(0.462)과 장타율(0.750)을 합한 OPS가 무려 1.212. 3번 김도영과 5번 나성범의 사이에 배치돼 클린업 트리오의 화력을 끌어올렸다.
카스트로의 타격은 지난 26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다시 한번 돋보였다. 1회 우전 안타로 결승타를 책임진 그는 3회 쐐기 투런 홈런까지 폭발시켰다.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6월 부상 복귀 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합산 타율은 0.356(329타수 117안타)에 이른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1차전. 3회 초 2사 1루 때 KIA 카스트로가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2026.10.26 [연합뉴스]
카스트로의 부활은 단순히 개인 성적의 반등에 그치지 않는다. 김도영·나성범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KIA 타선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대 투수로서는 어느 한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앞뒤로 위협적인 타자들이 포진한 가운데 카스트로까지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면서 KIA의 클린업 트리오는 더욱 까다로운 존재가 됐다.
"새로운 선수가 된 마음으로 뛰겠다"던 약속은 이제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한때 퇴출 위기까지 거론됐던 카스트로는 어느새 KIA가 가을야구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핵심 타자로 자리 잡았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1차전. 5 대 1 KIA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MVP로 선정된 카스트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26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