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가 27일 열린 PO 2차전 6회 초 보살을 기록한 뒤 후배 박승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홈런보다 보살이 백 배 좋다."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43)에게 안타나 홈런이 아닌 수비에 관한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최형우는 "팬들께 정말 감사했다. 마치 경로 우대를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에서 8-3으로 이겼다. 전날 1차전을 1-5로 내줬던 삼성은 반격에 성공했다.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의 공·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삼성 최형우. 사진=삼성 제공 최형우는 0-0으로 맞선 2회 말 첫 타석에서 이날 팀의 첫 안타를 뽑고 출루했다. 4-1로 앞선 5회 말 2사 만루에서는 이의리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이어 7회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백미는 6회 초 수비였다. KIA 해럴드 카스트로가 6회 초 2사 후 최형우의 머리를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으로 여겼는지 천천히 뛰다가, 타구가 담장을 맞고 떨어지는 것을 보고 뒤늦게 달렸다. 최형우는 깔끔한 펜스 플레이로 공을 잡은 뒤 2루로 재빠르게 송구했고, 2루수 류지혁이 원바운드 송구를 잡아 태그 아웃 처리했다.
최형우는 "보살을 노릴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제가 봐도 말도 안 되게 펜스 플레이나 송구가 잘 이뤄졌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닝 교대 때 류지혁은 마치 기념구를 전달하듯 최형우에게 공을 건네는 시늉으로 짓궃게 장난을 친 상황에 대해선 "세게 때리려다가 카메라가 앞에 있어서 참았다"고 웃었다. 최형우가 27일 PO 2차전 6회 호수비 후 장난을 걸어온 류지혁의 머리를 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최형우는 전날 1차전에 수비 강화 차원에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2026년 타격왕(타율 0.371) 구자욱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지명타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최형우가 선발 출장하려면 좌익수로 나가야 하는데, 올 시즌 외야 수비이 43이닝에 그친다. 박진만 감독도 "단기전은 수비가 중요하다"라며 그를 제외했다. 최형우도 "수비를 나가면 다리가 떨린다"며 "단기전에는 (발이 느린) 내가 수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1차전 2안타 빈타 속에 1-5로 졌고, 박진만 감독은 계획을 수정해 '좌익수 최형우' 카드를 꺼냈다. 박 감독은 2차전 종료 후 "최형우가 평범한 뜬공만 처리해도 더그아웃 분위기가 살아나더라. 호수비를 펼쳤는데 당연히 3차전도 선발로 나가야죠"라고 말했다.
최형우는 "수비에 대한 부담감은 어쩔 수가 없는 거 같다. 단기전이라서 실수 하나로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어서 계속 불안한 마음이 있다. 3차전에서도 좌익수로 기용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감독님이 야구장이 (대구보다) 커지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말씀드려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나이가 있으니까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수비를 많이 안 나가기도 했고, 몸도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최형우. 사진=삼성 제공 최형우는 이날 좌익수 자리에 서 있으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는 "팬들께서 평범한 뜬공 처리에도 크게 환호 해주셨다. 파울을 잡으려고 뛰어가니 박수 쳐주고 '수고한다'고 격려도 해주시더라"며 "경로 우대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최형우는 42세 10개월 11일로 역대 PS 최고령 경기 출장(종전 이호준 41세 8개월 13일) 최고령 안타(종전 이호준 40세 8개월 17일) 최고령 타점(종전 이호준 41세 8개월 7일) 기록을 새로 썼다. 자신이 보유해온 PS 최고령 홈런(40세 10개월 12일) 기록도 경신했다.
타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평소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딱 한 마디만 남겼다. 10월 27일 PO 2차전, 그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을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