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불암을 추모하는 다큐멘터리 방송이 편성된 가운데, 고인이 생전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할 당시 제작진이 준비하려 했던 특집 방송을 정중히 사양한 일화가 전해졌다.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KBS는 최불암의 삶과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추모 다큐멘터리 2편을 선보인다. 이날 오후 11시 10분 KBS1에서 ‘특집 다큐 그리운 안방 손님, 최불암’을 방송하고, 오는 11월 1일 오후 8시 10분에는 ‘특집 다큐 밥상지기 최불암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편성했다.
최불암이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하기 전까지 함께했던 KBS 시사교양국 임기순 PD는 30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당시 제작진이 고인을 위한 특집 방송을 준비하려 했으나, 최불암이 이를 사양했다고 밝혔다.
임 PD는 “선생님께 특집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사람은 헤어질 때 눈인사가 더 애틋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는 그렇게 떠나겠다’고 하셨다”며 “‘나는 지금 박수 받을 때 떠나는 거다. 굳이 특집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작진으로서는 14년간 프로그램을 위해 헌신하신 선생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선생님의 뜻을 존중해 결국 특집 방송은 진행하지 않았다”며 “떠나시면서도 프로그램을 잘 이어가길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전했다.
임 PD는 지난 2024년 1월부터 ‘한국인의 밥상’ 연출을 맡아 최불암과 함께했다. 그가 기억하는 최불암은 프로그램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남다른 책임감을 지닌 방송인이었다. 그는 “선생님은 인생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셨고, 문화적이고 문학적인 감수성도 굉장히 풍부하셨다”며 “방송에서 보셨던 모습 그대로 소탈하고 따뜻한 분이셨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특히 최불암에게 ‘한국인의 밥상’은 단순히 전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고 했다. 임 PD는 “선생님은 ‘한국인의 밥상’을 단순히 음식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 밥상에는 한국인의 문화와 뿌리가 담겨 있고, 그것을 찾아내고 지켜가는 일이 우리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셨다”며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0세에 프로그램을 시작해 14년 동안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셨다. 한 주도 거르지 않으셨고, 그 오랜 시간 아프신 적도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며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음식을 매개로 사람들의 삶과 지역의 문화를 기록하는 일에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임 PD는 “선생님은 음식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그런 이야기들을 특유의 따뜻하고 친숙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러한 마음은 후임 진행자인 배우 최수종에게도 이어졌다. 임 PD는 “제가 알기로는 최수종 배우에게도 사명감을 굉장히 강조하셨다고 한다”며 “그 마음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오래도록 잘 이어가길 바라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 최불암이 남긴 자리를 지켜가야 하는 제작진의 마음도 남다르다. 임 PD는 고인이 평생 중요하게 여겼던 ‘한국인의 밥상’의 가치를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음식에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담겨 있다. 서민들의 추억과 그리움, 희로애락이 있고, 더 넓게 보면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숨결과 지혜가 담겨 있다”며 “선생님은 그 가치를 전하기 위해 14년을 헌신하셨다. 저희 제작진도 그 뜻을 온전히 이어받아 프로그램을 잘 지켜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 PD는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약주도 한잔하시면서”라며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편 최불암은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재활 치료를 이어왔으나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MBC 드라마 ‘수사반장’, ‘전원일기’ 등에서 활약하며 국민 배우로 사랑받았다. 2011년부터 14년 넘게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곳곳의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건강 문제로 프로그램에서 물러난 뒤에는 최수종이 진행을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