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는 주로 백업·영건 등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선수가 반전을 보여줬을 때 '미친 선수', '가을 남자'라고 부른다. 21년 전 김재걸, 올해 박승규가 그렇다. IS포토·구단 제공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포스트시즌(PS) 유독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를 '미스터 옥토버(Mr. October)'라고 부른다. 1977년 월드시리즈에서 홈런 5개를 치며 뉴욕 양키스 우승을 이끈 래지 잭슨(은퇴)이 대표적이었다. 큰 경기가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들이 이 별명을 얻었다.
KBO리그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주로 백업·영건 등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선수가 반전을 보여줬을 때 '미친 선수', '가을 남자'라고 부른다. 물론 한국시리즈(KS)에서만 7승을 올리며 '가을 까치'로 불린 김정수, 단일 PS 최다 타점(17개) 기록 보유자 박정권(이상 은퇴) 등 주전급 선수가 가을 야구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팬들은 상대 팀의 대비 전략을 흔들고, 승부 균형을 무너뜨리는 '복병'으로서의 미스터 옥토버에 더 열광했다.
'걸사마' 김재걸(전 한화 이글스 코치)이 가장 대표적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대주자 요원이었던 그는 2005년 두산 베어스와의 KS 1차전에서 번트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친 주전 박종호를 대신해 대타로 나서 적시타를 쳤고, 7회도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기세를 이어간 그는 2차전 연장 12회 말에도 선두 타자 2루타를 치며 삼성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정규시즌 통산 타율은 0.230이지만, PS 타율은 0.292였다.
김재걸이 2005년 한국시리즈 우승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IS포토조동화가 2007년 한국시리즈 2차전 5회 말 타석에서 리오스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환호 하고 있다. IS포토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용덕한. IS포토2026년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한 박승규. 삼성 제공
조동화(SSG 랜더스 코치)도 PS에 유독 강해 '가을 동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7년 정규시즌까지 통산 홈런이 1개뿐이었던 그는 SK 와이번스(현 SSG) 소속으로 뛴 두산과의 그해 KS에서만 홈런 2개를 때려냈다. 특히 SK가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밀린 4차전에서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솔로포를 치며 4-0 승리를 이끌었다. 이 시리즈에서 그의 출루율은 0.444에 이르렀다.
용덕한(롯데 자이언츠 코치)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시즌도 주전 포수를 맡지 못했던 그의 '가을 DNA'는 남달랐다. 두산 소속이었던 2010년에는 준PO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이듬해는 롯데 소속으로 준PO 2차전에 나서 9회 동점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올가을엔 삼성 박승규가 단연 돋보인다. 그는 KIA 타이거즈와의 PO에서 삼성이 승리한 2·3·5차전 모두 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2026 정규시즌에서 데뷔 처음으로 400타석 이상 소화하며 주전 도약을 예고한 그는 이번 PO에서는 박진만 삼성 감독의 '조커'로서 주가를 다시 높였다.
2026 KBO리그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 3일 시작하는 KS에서도 야구팬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해결사가 등장해 야구팬 시선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