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부터 시작해 래퍼 14년차, 올해 슬리피는 Mnet '쇼미더머니6'에 출연했다. 주변에선 잃을 게 많다고 말렸지만 슬리피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음악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이 심했다. 스스로 자신감이 너무 없었다. '대중들도, 래퍼들도 날 싫어할거야'하는 마음이 컸다"라고 당시 기분을 전했다.
'쇼미6'에서 슬리피는 주변의 우려들을 하나씩 깨나갔다. 몇 번의 가사 실수가 있었지만 노련함으로 이겨냈다. 10살 이상 차이나는 래퍼들 속에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보여주며 4차까지 올랐다. 그는 "목표했던 바는 이뤘다. 불구덩이 속으로 처절하게 탈락한다거나 정말 회생불가하게 최악으로 떨어져 몰락하지 않았으면 됐다. 랩을 잘한다고 평가된 것도 아니지만 어느정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고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제 슬리피는 첫 솔로앨범을 준비한다. 10일 선공개 싱글을 내고 최소 7곡 트랙이 담긴 앨범을 내년 초까지 내는 것이 목표다. "예전엔 수록곡을 안 들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디지털 싱글로만 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커져서 어둡고 멋있는 랩도 넣고 도전해보려 한다"고 용기냈다.
-언터쳐블 멤버 디액션은 뭐라고 했나.
"나가지 말라고 말렸다. 나중엔 나가서 잘할 것 같긴 하다는 말도 해줬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쇼미6' 출연 심정은.
"어느 순간 연락하던 뮤지션들이 내 전화를 피하고, 피처링도 피하고 곡도 주려고 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느꼈다. 내가 랩을 못해서 그런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랑 작업하고 싶게 만들자'라는 마음이었다. 나름대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극단적 방송은 '쇼미6'가 아닌 '섹션-아이돌맨'인 것 같다. "공중파의 '주간아이돌' 개념이라고 들었다. 처음엔 창피했는데 가발쓰고 재미있게 하는거라서 좋았다. 오히려 출연하시는 아이돌 분들이 굉장히 난감해 하신다. 흑역사로 남을까봐. 나는 이미 쫄쫄이도 입고 많은 것들을 거쳤기 때문에 괜찮다. 킬라그램이 이 프로그램 놓쳐서 아쉬워한다.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도 못할 자리라고 생각하니 감사함이 커졌다."
-예능 출연으로 돈을 많이 벌었나.
"전혀, 솔직하게 다 말해야 하나. 돈이 정말 없다. 격하게 표현하면 '상거지'나 다름 없다. 음악으로 벌어둔 돈 다 까먹고, 예능으로 본전을 채운다. 나도 돈 많이 벌고 싶다."
-다시 '쇼미6', '인맥힙합'을 우려한 팬도 있다.
"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타이거JK 형도 스친 기억만 있고 다이나믹듀오는 10년을 보면서 술을 딱 한 번 마셔봤다. 지코와 딘은 뭐 본적도 없고. 도끼, 박재범과도 방송을 했더라고 친분은 없다."
-그럼 왜 이런 오해를 받는걸까.
"언더그라운드부터 14년 째 활동하고 있다. 데뷔로 치면 내년이면 딱 10년이 되니까, 아무래도 다들 친해졌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참가자들하고는 어땠나.
"내 할일 하기 바빠서 2차까지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2차 통과하고서 주변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가 이 방송 출연으로 얻은 것이 동료 뮤지션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 음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 들어봤다. '내가 뭘 하면 어울릴 것 같아?'라는 질문은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었다. 대기시간이 길어서 다니면서 번호도 다 받았다." -대기시간이 어느정도였나.
"1차 24시간 기다렸고, 2차는 이틀동안 12시간씩 기다렸던 것 같다. 나이가 어린 (조)우찬이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많이 힘들겠다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본인이 원해서 나온거라 어쩔 수 없다. 나도 기다리는 게 싫었다면 그냥 집에 가면 된다. 다들 원하는 바가 있으니 기다렸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무대가 있다면.
"모든 무대가 힘들었다. 겁이 많아서 그렇다. 어린 친구들은 하나도 안 떨고 겁없이 잘 한다. 나도 어렸을 땐 그랬는데 나이가 많아지니 겁도 늘어난다. 뒤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 보면 피타입 형, 디기리 형, 더블케이 형도 떨었다. 형들만 덜덜 떨고 있다. 이번 무대 하나로 내 평생 꼬리표가 될까봐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