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쇼미6' 슬리피 "랩 가사 수위? 영향력에 따라 달라져"

 

언더부터 시작해 래퍼 14년차, 올해 슬리피는 Mnet '쇼미더머니6'에 출연했다. 주변에선 잃을 게 많다고 말렸지만 슬리피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음악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이 심했다. 스스로 자신감이 너무 없었다. '대중들도, 래퍼들도 날 싫어할거야'하는 마음이 컸다"라고 당시 기분을 전했다.

'쇼미6'에서 슬리피는 주변의 우려들을 하나씩 깨나갔다. 몇 번의 가사 실수가 있었지만 노련함으로 이겨냈다. 10살 이상 차이나는 래퍼들 속에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보여주며 4차까지 올랐다. 그는 "목표했던 바는 이뤘다. 불구덩이 속으로 처절하게 탈락한다거나 정말 회생불가하게 최악으로 떨어져 몰락하지 않았으면 됐다. 랩을 잘한다고 평가된 것도 아니지만 어느정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고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제 슬리피는 첫 솔로앨범을 준비한다. 10일 선공개 싱글을 내고 최소 7곡 트랙이 담긴 앨범을 내년 초까지 내는 것이 목표다. "예전엔 수록곡을 안 들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디지털 싱글로만 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커져서 어둡고 멋있는 랩도 넣고 도전해보려 한다"고 용기냈다.
 
-솔로앨범은 이번이 처음인가.

"디지털 싱글로만 냈다. 래퍼끼리도 솔로앨범을 안 내면 뭔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내년 초에 내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내보려 한다. 그동안엔 수록곡은 안 들어주실거라는 생각에 굳이 여러 곡을 내지 않았다. 그게 또 사실이었고."
 
-언제부터 준비했나.

"탈락하고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몰입했다. 지금 다섯 곡 정도 모았고 인트로는 다 나왔다. 7곡으로 구성한 솔로 앨범을 준비 중에 있다."
 
-추구하는 가사가 있다면.

"어떤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쓰기보다 결국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때의 감정을 썼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한다. 윤종신 '좋니'도 그런 맥락에서 통한 것 같다. 나도 공감을 이끌 수 있는 가사를 쓰고 싶다."

   


-공감하는 대상은 대중일까, 매니아층일까

"사랑노래가 차트에 오르는 건 사실이다. 나도 돈을 벌기 위해 그런 노래를 만들었다. 힙합 매니아들은 별로라고 했다. 모두의 공감을 얻는 건 어려운 것 같다."
 
-매니아층은 사회의식을 반영한 노래를 원하는 것 같다.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쓰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는 건 존경할 일이다. 그래서 DJDOC를 동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사회적으로 이슈가 생기면 나스나 제이지를 인터뷰한다. 주요 뉴스에서 래퍼들의 생각을 묻는거다. 대중들은 거기에 수긍하고 인정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래퍼들이 그렇게까지 대우받진 못한다. 아직도 날라리 이미지가 크다.
 

-가사의 수위는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는가.

"영향력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래퍼들이 어느 정도 까지 인정받느냐에 따라 대중의 공감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해외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마약, 돈, 여자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는 래퍼에게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묻는다면 누가 들어주겠느냐."

황지영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촬영=박찬우 기자
영상편집=배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