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를 한 뒤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를 맡아 경험을 쌓은 황선홍은 2008년 부산 아이파크의 지휘봉을 받으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평가는 좋지 않았다. FA컵 준우승과 리그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황선홍만의 색깔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황 감독은 부산 시절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는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색깔이 불분명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축구팬들이 봐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감독으로서 이상이 있었다.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다"며 "예를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모든 팀이 4-4-2로 나온다면 우승은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다. 포맷이 같다면 개인 능력이 좋은 팀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고집은 황 감독을 함정으로 이끌었다. "부산에는 다른 팀에 비해 개인 기량이 빼어난 선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바꿨다. 전술도 매번 달리했다"며 "이것이 시행착오였다. 선수들이 잘하는 것 조차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맞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절망적인 시간이 찾아왔다. "그땐 생각도, 고민도 정말 많았다. '내가 감독으로서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감독직이 나와 맞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다.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다"며 괴로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부산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11년 포항 스틸러스 감독으로 부임한 뒤 날개를 달았다. 2012년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에는 K리그 최초로 더블 우승(리그, FA컵 동시 우승)이라는 영광을 품었다.
이때 감독으로서 확신이 들었다. 황 감독은"2012년 FA컵 우승이 승부처였다. 만약 2012년에도 준우승을 했다면 준우승만 3번이다. 감독으로서 타격이 컸을 것"이라며 "이 우승으로 감독으로서 자신감이 생겼다. 결과를 보여 줬다는 자신감이다. 감독을 지내는 데 동력을 얻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시즌 중반 FC 서울 감독을 맡고 나서도 과도기가 있었다. 부임한 뒤 3연패를 당하는 등 팀은 하락세를 겪었다.
황 감독은 "시즌 중간에 팀을 맡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서울 선수들을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경기 상대로는 만나봤지만 개인 성향을 몰랐다"며 "당시 서울은 내가 주로 쓰는 전술과도 맞지 않았고 여러 가지로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황 감독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하는 일이 막힐 때마다 그는 항상 스승의 조언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고 정종덕 건국대 감독의 말이다. 정 감독은 황 감독이 부산 감독 초창기 때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황)선홍아, 감독은 지는 것을 겁내야 한다. 패기만 가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는 것을 겁내야 더 조심하고 더 준비하면서 이길 수 있다.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부산은 약팀이니 일단 수비에 많이 집중해라."
황 감독은 "솔직히 그때 감독님 말씀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게는 축구 이상이 있었다.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감독님 말씀이 다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스승을 떠올렸다.
수많은 업적을 일궈 냈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마지막으로 황 감독은 "나는 성공한 감독이 아니다. 립서비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감독으로서는 지금부터가 출발"이라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