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5일 열렸던 2022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선발 숀모리만도(30)를 믿었다. 정규시즌 7승 1패 평균자책점 1.67로 호투했던 그의 안정감을 믿었다. 그리고 믿음은 보답 받지 못했다. 모리만도는 3회에만 대거 5실점을 기록하는 등 2와 3분의 1이닝 6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졌다.
김원형 감독은 "모리만도가 오늘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았다. 3회 5점을 주면서 오늘 승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조금 수비 연계 플레이가 안 된 부분이 있었다"며 "상대 선발을 공략 못 한 부분이 있었다. 초반 다섯 점을 줬지만 두세 점까지 5회 전에 쫓아갔으면 후반 타자들이 힘을 내는 스타일이라 역전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단기전은 한 경기의 무게가 정규시즌과 다르다. 선발 투수라는 이유로 5이닝을 지켜봤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물론 김 감독에게도 이유는 있다. SSG는 정규시즌 내내 필승조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무리 투수만 세 번이 바뀌었다. 선발은 길게 쓰고, 몇 명의 필승조를 길게 쓰는 등 '한발 늦는' 투수 교체를 선택했다.
불펜 두께가 얇다면 선발을 믿는 수밖에 없다. 앞서 KS에서 등판했던 김광현-윌머 폰트-오원석은 적어도 이닝에서는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셋 모두 5이닝을 넘겼고, 2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적어도 선발 때문에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정규시즌에서 이들보다 더 좋은 비율 성적을 거뒀던 모리만도에게 그만한 믿음을 준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는 김원형 감독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3회 동안 모리만도는 단 하나의 헛스윙도 유도하지 못했고, 연달아 강한 타구를 허용하고 무너졌다. 김 감독은 "모리만도를 믿었다. 송성문에게 맞기 전까지는 3점 정도 줬을 때는 송성문까지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용했는데, 그 부분에서 내가 미흡했던 것 같다"며 3회 판단을 아쉬워했다.
김원형 감독은 불펜을 기용할 때도 다소 느린 호흡으로 버텼다. 전날 8회 투입했던 언더스로 박종훈을 이날 역시 불펜으로 투입했다. 전날 1볼넷을 기록하고 동점 위기를 틀어막았던 박종훈은 이날은 1이닝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시 롤러코스터 투구를 펼쳤다. 한 끗 차이로 무너지고 경기 흐름을 완전히 넘길 수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종훈이에게 한 이닝을 전부 맡기려고 생각했다. 경기도 3-6이라 한 점을 더 주면 (뒤집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 종훈이가 그 이닝을 끝내줬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에도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박종훈을 기용했던 것처럼 리스크를 안고 버틴 셈이다.
3차전에는 믿음으로 시리즈 리드를 얻었고, 4차전에는 믿음으로 시리즈 리드를 잃었다. 김원형 감독은 3차전을 치르기 전, 그리고 승리 후에도 '총력전'을 꺼내 들었다. 남은 건 세 경기. 1패라도 더 주면 벼랑 끝에 몰린다. 이제 진짜 총력전을 펼칠 시간이 왔다. 한 발 늦었던 교체는 한 발 빨라져야 하고, 이닝 이터가 아닌 최소 실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