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인터뷰] ‘슬로프스타일 희망’ 이미현, “메달 따고 내 이름 딴 슬로프 생기면요...”
"올림픽 메달 따서 평창에 '이미현 슬로프' 생기면 부모님과 연결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요?"프리스타일스키 슬로프스타일 국가대표 이미현(23)은 이 종목에서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최고 성적 보유자다. 이미현은 올해 1월 이탈리아 세이저 알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스키 슬로프스타일 월드컵에 출전해 최종 7위를 기록하며 한국 여자 스키 국가대표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그러나 이미현은 '역대 최고 성적'이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았다. 최근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휘닉스 평창에서 만난 이미현은 "결선에 오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목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매 대회 결선에 진출해 톱3 안에 들고 싶다"는 이미현의 야심 찬 포부에는 당연히 곧 다가올 2018 평창겨울올림픽도 포함돼 있다. 슬로프스타일 희망, 이미현이미현은 199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뒤 한 살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백인 가정에 입양됐다. '재클린 글로리아 클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이미현은 어린 시절부터 스키와 친해졌다. 양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키를 탈 비용을 마련했을 정도로 스키에 푹 빠져들었다. 실력도 쑥쑥 붙었고, 열네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키선수의 길을 걸었다. 재클린이란 이름에 걸맞게 미국 국가대표를 꿈꾸며 스키를 타던 이미현은 2012년 경기 도중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회복과 재활에 온 힘을 쏟아 슬로프에 복귀했지만 이미 대표팀엔 그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건 그 무렵이었다. 휘닉스 평창 프리스타일 스키학교에서 일하던 김주용 평창 올림픽팀 코치가 이미현을 자신이 일하는 스키장 강사로 초빙했다. 한국에서 선수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던 이미현은 새로운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그리고 메달의 꿈을 이루는 것 말이다.이미현은 지난 2015년 12월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고 재클린이란 이름 대신 '이미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으로 평창을 향해 뛰기 시작한 이미현은 2016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보광 휘닉스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스키 슬로프스타일 월드컵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안방에서 열리는 테스트이벤트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줄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대회 공식 연습 기간 중 발뒤꿈치에 심한 타박상을 입어 출전을 포기했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좌절 대신 훈련에 매진했고, 올해 1월에 열린 월드컵에서 7위에 오르며 평창을 앞두고 예열을 마쳤다. 경험 쌓아 올림픽서 메달 딸래요부상에서 회복한 이미현은 그동안 부족했던 대회 경험을 쌓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까지 실내에서 집중적으로 체력 훈련을 했다면 올해는 대회에 많이 나가 경험을 쌓았다. 덕분에 눈에 대한 경험이나, 또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치르는 그런 경험도 굉장히 많이 쌓였다"며 미소를 보였다. 경험이 쌓인 덕분에 성적도 쑥쑥 올랐다. 월드컵 7위라는 자신의 최고 성적이 가능했던 것도 경험의 힘 덕분이다.올림픽 시즌에 돌입하면서 목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최종 8명이 진출하는 결선에 오르는 것 그리고 그다음은 포디엄에 올라 톱3에 드는 것. 이미현은 "최종 결선에 계속 오르면서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메달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고 눈을 빛냈다. 조금 더 위를 바라보며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었다.국적 회복을 통해 한국 이름을 되찾은 이미현에겐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뛰며 경기를 치르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포디엄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걸면 자신의 친부모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국적을 회복한 뒤 인터뷰할 때마다 "친부모를 찾게 된다면 좋겠다"고 얘기해 온 이미현은 아직 자신을 낳아 준 부모와 만나지 못했다.그래서 이번 올림픽을 앞둔 각오는 남다르다. 특히 민병관 휘닉스 호텔&리조트 대표이사가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향후 그 선수의 이름을 스키 리조트의 슬로프 명칭으로 사용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어 각별한 동기부여가 됐다. 이미현은 "내 이름이 붙은 슬로프가 생기는 건 아주 훌륭한 일이고, 명예롭게 여길 거다. 내가 시작한 제2의 인생에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친부모님과 연결될 수 있을 만한 매개체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김희선 기자 프리스타일스키 슬로프스타일은? 선수들이 슬로프를 자유롭게 활강하면서 공중 곡예를 통해 예술성을 겨루는 경기로 '설원의 서커스'로 불린다.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스키와 달리 백플립, 트위스트 등 선수들의 화려한 공중 기술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겨울올림픽에서 열리는 프리스타일스키 세부 종목은 남녀 통틀어 총 10개다. 프리스타일스키 종목 중 레일, 테이블, 박스, 월 등 각종 기물들과 점프대로 구성된 코스에서 열리는 경기로 선수는 다양한 기물들 중 본인이 연기할 기물들을 선택해 연기를 펼친다. 55명의 심판이 높이, 회전, 테크닉, 난이도 등에 따른 전반적인 연기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채점, 평균 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선수는 2번의 연기를 하고 이 중 높은 1개의 점수로 순위가 결정된다.
2017.11.2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