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키는 야구’ 롯데, 평균자책점 1위 가능했던 ‘3가지’ 이유
롯데는 지난 4일 KIA전 뒤 팀 평균자책점 3.43으로 삼성(3.46)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 6월 마지막주 연승을 달릴 당시 평균자책점 1위(3.58)에 오른 적이 있지만 정규시즌 마감을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의미가 있다. 롯데의 팀 컬러가 '지키는 야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1999년(4.18)에 이어 팀 역사상 두 번째로 평균자책점 1위를 노리고 있다. '불쇼'하던 불펜진의 안정롯데는 전통적으로 불펜이 약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이 "지난해에는 경기 후반 3점을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러나 올 시즌 롯데의 불펜진은 달라졌다. 양적, 질적으로 좋아졌다. 시즌 중반까지 최대성-김성배-김사율로 구성됐던 필승조는 부상을 털고 복귀한 정대현까지 가세해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진명호와 이승호, 김수완은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면 투입돼 경기를 후반까지 잘 이끌어 갔다. 불펜진의 안정은 기록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4일까지 불펜 투수 9명이 모두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정대현(1.23)을 필두로 김사율(2.75) 이명우(2.96) 김성배(2.98)가 2점대, 김수완(3.03) 이승호(3.07) 최대성(3.36) 진명호(3.48) 강영식(3.94)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양 감독은 "이제는 5회 3점만 앞서고 있으면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인다"며 불펜진에 믿음을 나타냈다.양승호 감독의 철저한 마운드 운영 원칙양승호 감독은 계획적인 팀 운영을 중시한다. 마운드 운용 역시 계획적이다. 불펜 투수 등판 예고제와 철저한 투구수 관리, 상대 타자에 따른 좌·우 투수 기용이 그 예다. 양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는 7~8회가 되기 전 불펜 투수들에게 몇 회 누구 타석부터 등판해 얼마나 던질지를 일러준다. 투수들은 어느 순간에 등판할지를 알고 있으니 그에 맞춰 몸을 풀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 양 감독은 "거의 80% 이상은 미리 일러준 대로 등판시킨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불펜 투수들의 등판 간격에도 원칙을 세웠다. 3경기 연투하면 1경기 휴식, 2경기 연속 20개 이상 공을 던지면 1경기 휴식한다. 투수에 따라 한계 투구수도 정해져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정대현은 복귀 후 3경기까지는 투구수를 20개 이하로 정했다. 이 원칙도 가능하면 지키려고 노력한다. 상대에 따른 좌·우 투수 기용도 철저하다. 좌타자에 좌투수, 우타자에 우투수가 기본 원칙이지만 투수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기용은 달라진다. 강영식과 이명우는 같은 좌완 투수이지만 구종이 단순하고 힘이 좋은 강영식은 중심 타순을, 구종이 다양하고 기교파에 속하는 이명우는 하위 타순을 맡는 식이다.부진했던 선발 투수들의 부활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원·투 펀치는 송승준-사도스키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까지 둘이 부진한 가운데 유먼(12승)과 이용훈(8승)이 이들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후반기 들어서는 이용훈이 부상으로 주춤하고, 유먼이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그러자 송승준과 사도스키가 나란히 부활했다. 송승준은 8월 5경기에서 2승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0.51로 에이스 본색을 되찾았다. 사도스키는 9월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시즌 7승째를 올렸다. 유먼과 이용훈이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1~4선발이 모두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2012.09.05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