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가 첫 시범경기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경기 막바지에 나섰지만, 자신감 있는 타격으로 실력을 보여줬다.
이대호(34·시애틀)는 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7회 초 애덤 린드를 대신해 1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팀이 7-8로 뒤진 8회 말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오른손 투수 A.J. 아처의 초구 시속 145㎞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2루수 키를 넘어가는 중전안타로 연결했다. 올 시즌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대호의 시범경기 첫 안타였다. 이대호는 곧바로 대주자 벤지 곤잘레스와 교체돼 기분 좋은 시범경기를 마쳤다.
아직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상황서 안타를 쳤다. 이대호는 취업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 했다. 지난 5일에는 비자 발급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고, 이날 새벽 애리조나에 도착했다. 비자로 인해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했고 잠도 잘 자지 못한 상황. 여기에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경기 막바지에 교체 출전했으나 타격감은 변함 없었다.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이대호는 이날 경기 내내 상대 투수의 공을 유심히 봤다는 후문이다. 남들보다 늦게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냈고, 계약 또한 1년짜리이기에 시간이 많이 없다. 시애틀은 1루수 자원이 많다. 주전인 아담 린드 외에도 헤수스 몬테로, 가비 산체스와 1루수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지난해 타율 0.277, 20홈런 87타점을 기록한 린드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자신감이 있다. 한 관계자는 "이대호가 처음에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후 '해볼만 하다'는 뜻을 보였다. 동료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지 가늠한 것 같더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안다"고 전했다.
옵트아웃 조항은 올 시즌 그의 '빅리그' 도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대호는 시애틀과 1년 간 최대 총액 400만 달러(48억 7000만원)에 스플릿계약을 맺었다. 그의 계약에는 3월 말 옵트아웃(opt-out) 조항이 포함돼 있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실패를 대비해 일종의 안전장치로 옵트아웃 조항을 넣는다. 이대호가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더라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고 옵트아웃 조항을 활용해 다른 구단으로 이적이 가능하다.
항간에는 이대호가 미국 무대 잔류가 쉽지 않을 경우 국내나 일본 무대로 이적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 관계자는 "옵트아웃 조항은 KBO와 일본에서 톱플레이어인 이대호를 위한 일종의 예우차원도 있다. 시애틀도 아시아권 최고의 선수를 마이너리그에 두자는 생각으로 계약을 맺진 않았으리라 본다"며 "옵트아웃 조항과 별개로 이대호는 미국 무대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작부터 일본이나 한국으로 떠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굳이 미국 무대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