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나서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잉글랜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스페인)가 그 주인공이다.
두 팀은 100여 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연고지 내 '만년 2인자' 취급을 받아왔다. 같은 지역의 '전통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두 '형님'뻘 구단의 그늘에 가렸기 때문이다.
국내 축구팬들은 이런 맨시티를 두고 '짭시티'라고 부른다. 맨체스터 지역의 아류라는 의미로 가짜를 뜻하는 은어 '짭·짝퉁'과 팀명 '시티'를 합친 말이다.
이에 비하면 AT마드리드의 별명 '꼬마'는 귀여운 편이다. 처음엔 '아틀레티코'의 끝자와 '마드리드'의 앞자를 따 '코마'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레알 마드리드에 밀려 작고 약한 '동생격 구단'이란 의미의 '꼬마'라는 뜻도 함께 쓰이고 있다. 유럽 현지에서도 두 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 맨시티와 AT마드리드는 '1인자'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나란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맨시티와 AT마드리드는 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
◇오명 씻고 맨체스터의 진짜 주인 도전
맨시티는 맨체스터의 새 주인이 되려 한다. 맨시티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2015~201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홈 경기를 치른다.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맨시티는 내친 김에 정상까지 오르겠다는 속내다.
그동안 맨체스터는 맨유의 도시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20회)을 자랑하는 맨유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유럽 내에서도 정상급 팀에 속했다. 같은 기간 맨시티는 아랍에미리트의 석유 재벌 셰이크 만수르(45)의 자본을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맨유와 격차를 좁히지 못해 '짭시티'의 오명을 썼다.
하지만 2013년 알렉스 퍼거슨(75)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며 상황은 달라졌다. 맨유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반면 맨시티는 최근 4시즌 동안 정규 리그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최근 몇 년간 자국 리그에서 쌓은 경험은 마침내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맨시티는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유럽 최고의 장신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이끄는 파리 생제르망(프랑스)과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1·2차전 합계 3-2로 준결승에 올랐다.
맨시티의 강점은 화력이다. 맨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다득점 1위(66골)에 올라있다. 특히 간판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28)는 정규 리그 23골(2위), 챔피언스리그 2골을 기록 중이다. 맨시티의 공격 루트는 또 있다.
바로 각 9골씩(정규 리그·챔피언스리그)을 터뜨린 2선 공격수 케빈 데 브라이너(22)와 라힘 스털링(25)이다. 여기에 다비드 실바(30)는 최고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레알 마드리드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2010~2011시즌부터 6년 연속 4강 진출했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팀이다. 핵심 선수는 BBC(베일·벤제마·호날두) 삼각편대의 핵심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다. 그는 최근 햄스트링을 다쳤지만 맨시티전에 출전할 전망이다.
김태륭 KBS해설위원은 "레알 마드리드가 우세한 거처럼 보이지만 최근 맨시티의 수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파리 생제르망전에서 보여줬던 집중력을 발휘하고 기존 공격력을 살린다면 해볼만 하다"고 했다.
◇'꼬마' 넘어 마드리드의 '형님' 넘봐
AT마드리드는 새로운 '형님'을 꿈꾼다. AT마드리드는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비센테 칼데론에서 펼쳐지는 바이에른 뮌헨과 2015~201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홈 경기를 벌인다.
AT마드리드는 늘 연고지 마드리드의 2인자였다. '큰 형님' 레알 마드리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꿈의 구단'으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 축구를 이끌어온 명문이다.
AT마드리드는 2013~2014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는 등 지역 내 '형님'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1인자에 오르지 못한 건 유럽 구단 최고의 명예인 유럽클럽대항전 성적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3~2014시즌을 포함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10회)을 자랑한다. 반면 AT마드리드는 아직 우승이 없다.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머물렀던 AT마드리드는 전력을 재정비해 제1구단으로 도약 준비 중이다. 무기는 '짠물수비'다.
디에고 고딘(30)-펠리페 루이스(31)-후안 프란(31)-루카스 에르난데스(20)가 지키는 포백은 정규리그 최소 실점 1위(16골)다. 바르셀로나(29실점)과 레알 마드리드(32실점)의 절반에 가까운 기록이다. AT마드리드의 철벽 수비진은 14일 열린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와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2-0승에 기여했다. 1차전에서 1-2로 졌던 AT마드리드는 수비의 힘 덕에 1·2차전 득점 합계 3-2를 기록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AT마드리드가 두터운 방패라면 뮌헨은 날카로운 창이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8), 토마스 뮐러(27), 프랑크 리베리(33) 등 유럽 최정상급 공격수들이 즐비한 뮌헨은 이번 대회 출전팀 중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2012~2013시즌 이후 또 한 번 트레블(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우승)에 도전하는 뮌헨은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김 해설위원은 "AT마드리드의 강점은 단연 수비력이다. 반면 뮌헨은 공격의 팀이다. 다친 고딘의 출장이 불투명하지만 AT마드리드는 워낙 조직력이 좋기 때문에 '시소게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