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좌전 안타에 허경민(KT 위즈)은 거침없이 3루 베이스를 돌았다. 3루 주루코치의 멈춤 지시가 있었지만, 허경민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홈까지 내달렸다. 상대 좌익수의 빠른 송구에 홈에서 접전이 펼쳐졌지만, 결과적으로 허경민의 발이 더 빨랐다. 이는 팀의 귀중한 선취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허경민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홈 경기에 5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에 이어 탄탄한 수비까지 선보이며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공·수·주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4회 전력질주로 만든 선취점은 결승점으로 이어져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경기 후 만난 허경민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서 "내 실수였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안타가 나오면 홈까지 내달릴 생각을 미리 하고 뛰었다. (주루) 코치님의 (멈춤) 지시는 봤는데,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이대로 멈춰서 3루로 돌아가면 아웃 당할 것 같아 내 다리를 믿었다. 득점이 돼서 다행이다"라고 자평했다.
KT 허경민. KT 제공
그러면서 "박빙인 순간엔 손보다 발이 빠르다고 배웠다. (주로에) 배트가 있어서 신경이 쓰였지만, 달리는 순간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홈에 들어가는 순간은 무조건 세이프라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고도의 집중력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사실 허경민의 집중력 넘치는 플레이는 이날 주루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1회 상대 선두타자 박찬호와 박지훈의 강습타구를 연달아 호수비로 잡아내면서 선발 투수 보쉴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날 경기 시작 전부터 내린 비에 그라운드가 젖고 시야가 불편한 상황에서도 허경민은 철벽 수비를 선보였다.
이에 허경민은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가 계속 있어서 '오늘은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경기가 잘 풀렸다"라고 전했다. "나조차도 '잘 잡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며 수비 순간을 돌아본 그는 "보쉴리가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선수라 항상 긴장을 하고 내야 수비를 준비했다. 항상 투수들을 잘 도와주려고 노력하는데, 우리 팀 투수들도 (실점을) 잘 막아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승리의 기분은 좋지만, 허경민은 이 기쁨을 오늘 하루로 끝내고자 한다. 그는 "오늘 경기가 한 주의 첫 시작인데 잘 풀렸다"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제 막 한 주를 시작했기 때문에, 오늘은 빨리 잊고 내일 준비를 잘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