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신일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동국대학교에 입학했다. 가장 중요한 대학 졸업반 때는 오른 팔꿈치 인대 문제(MCL)로 수술대에 올랐다.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두산의 2017 1차 지명자로 선택돼 프로 미지명의 아픔을 한 번에 날렸다. 그런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10월 구단 검진에서 갑상샘암(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오른 갑상샘을 제거했다. 2017년 6월 완쾌 후 2군 경기에 출전했지만, 그해 12월 또 한 번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이었다. 이번엔 왼 갑상샘을 제거했다. 대학교 4학년 이후 세 번의 큰 수술을 겪으면서 프로 데뷔는 그만큼 뒤로 미뤄졌다.
2018년 7월 25일 우여곡절 끝에 1군 데뷔전(인천 SK전)을 치른 뒤 개명까지 했다. 최동현이라는 이름 대신 최원준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했다. 굳은 각오가 통했을까. 2018년 말미부터 불펜에 활력소로 힘을 보탰고 지난 시즌엔 김태형 감독이 믿고 내는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3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65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프로 미지명→팔꿈치 수술→두 번의 갑상선 수술을 극복한 최원준은 "개명은 아프지 않으려고 한 거였다. 안 아픈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2019시즌을 돌아보면 어땠나. "좋았다. 의미 있는 경험을 쌓은 시즌이었다. 여름인 8월이 되니까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 시즌을 2군에서 시작(1군 등록 4월 23일)했지만 프로에서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뛴 게 처음이었다. 체력 보강 운동을 빠르게 시작해 올 시즌에는 힘 안 떨어지고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다."
-성적이 전체적으로 부침이 없었는데. "만족스럽다.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았던 게 구단에서 관리를 정말 잘해주셨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이제 팔꿈치에 문제는 없나. "아무 이상 없다."
-굴곡진 야구 인생을 경험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프로에 와서 느낀 게 많다. 아마추어 때는 편하게 야구했다. 팀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는데 프로에 오니까 실력으로 말해야 하는데 부족하더라. 실력도 많이 떨어지고 몸도 안 좋으니까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을 뛰면서 프로에서 가져야 할 것을 많이 느꼈다. 내겐 뜻깊은 한해였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집중할 부분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변화구나 왼손 타자 상대를 보완해야 한다. 지난해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높았다. 떨어지는 구종을 계속 연습하려고 한다. 오른손 타자는 상대적으로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편하게 쓸 수 있는데 왼손 타자는 몸쪽을 확실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왼손 타자를 편하게 상대할 수 있는 구종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선수가 많다. 경쟁을 잘 이겨내 개막전 엔트리부터 끝까지 형들과 함께했으면 한다. 올해는 처음부터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2017시즌이 끝난 뒤 당시 이강철(현 KT 감독) 2군 감독님과 겨울에 준비를 많이 했다. 내년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갑상선암(갑상샘암)이 재발해서 수술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2017년 후반 페이스가 좋아지면서 괜찮다고 느꼈는데 갑자기 아팠다."
-양쪽 갑상샘을 모두 제거했는데 생활에 불편함은 없나. "젊어서 그런지 불편함은 없다.(웃음) 약만 잘 챙겨 먹으면 괜찮을 거 같다."
-개명한 뒤 잘 풀리는 느낌인데. "솔직히 아프지 않으려고 개명한 거였다.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미지명 뒤 향했던 대학에서 성장한 부분이 있을까. "실력은 열심히 하다 보면 좋아지는 건데 고등학교 때는 솔직히 대학교라는 또 다른 길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교에선 달랐다. 마지막 4년이라고 생각하니 하지 않을 수 없더라. 지명이 되지 않아 야구를 그만두는 선배도 보고 그러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올 시즌 목표는.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올해도 작년처럼 롱릴리프도 맡고 중요한 상황에 나갔으면 한다. 좋은 경험을 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게 가장 큰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