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폭풍전야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샐러리캡 발표를 앞두고 구단마다 숨죽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KBO는 2023년 적용할 샐러리캡 금액을 14일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1월 KBO 이사회는 선수단 연봉 총액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한다고 의결했다.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 금액을 합산한 연평균 금액의 120%를 샐러리캡으로 정한 뒤 3년(2023~2025년) 동안 유지하고 이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할 계획이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정규시즌 종료 뒤 최근 2년 선수단 연봉 자료를 KBO에 제출했다.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샐러리캡은 114억원 안팎이다.
샐러리캡 예상이 쉽지 않았다. 계산법이 워낙 복잡하고 다른 구단의 옵션 실지급액까지 세세하게 파악하기 힘든 탓이다. 구단별로 최근 두 시즌 선수단 연봉을 조율해 샐러리캡에 대비했지만, 곳곳에서 '금액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O리그의 샐러리캡은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하드캡이 아닌 상한선 초과 시 제재를 받는 소프트캡이 적용된다. 샐러리캡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가 벌금으로 부과된다. 2회 연속 초과 시 초과분의 100% 벌금과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3회 연속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 벌금과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제재를 받게 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제도 첫 시행부터 징계를 받는 건 신경 쓰인다. 지명권도 큰 손실이지만 벌금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몇몇 구단은 샐러리캡 대비를 하지 않아 초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 따라 샐러리캡 저촉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효율적으로 대비했다고 하더라도 내부 FA가 많은 구단은 샐러리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13일 무려 8명이 FA 자격을 갖춘 것으로 공시된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이다. 포수 양의지, 2루수 박민우, 필승조 원종현 등이 대거 FA로 풀리면서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해졌다. 포수 유강남과 내야수 채은성, 투수 임찬규 등이 FA로 풀린 LG 트윈스도 샐러리캡을 걱정해야 한다. “선수단 연봉이 작지 않은 구단은 대형 FA 2명을 잡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FA 시장 물밑에선 샐러리캡 여유가 있는 구단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최소 3·4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는 FA는 2023년 이후 샐러리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FA 계약에는 연봉 못지않게 천문학적인 계약금이 포함된다. 올겨울 FA 시장에서 어떤 선수와 계약하느냐에 따라 구단 장기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A 구단 단장은 "구단마다 주머니 사정이 다른데 샐러리캡을 걱정하는 구단도 적지 않다. 앞으로는 구단의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며 "샐러리캡을 잘 관리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구단을 운영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샐러리캡은 FA 계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거 같다. 아무리 소프트캡이어도 상한선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계약하기 쉽지 않다. 내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