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버닝썬 사건. 결코 행해져서는 안 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유포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이달 극장가에 걸린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유포자들’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홍석구 감독을 필두로, 배우 박성훈, 김소은, 송진우, 박주희, 임나영이 자리해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히며 영화의 의미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유포자들’은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서 행해지는 사이버 폭력,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실체를 담은 작품이다.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을 영화 속 인물들을 따라가며 들여다본다. 메가폰을 잡은 홍석구 감독은 이번 작품이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홍 감독은 “첫 스크린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큰 화면으로 편집본을 오늘 처음 봤다”며 개봉을 앞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를 시작한 계기 또한 드러냈다. 홍 감독은 “원래는 단막극 대본이 있었다”면서 “한 여자의 미러링에 관한 복수극을 영화로 업스케일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뉴스에서 계속 볼 수 있는 사건을 담으면 어떨까 싶었다”고 소상히 설명했다.
특히 영화는 박성훈부터 김소은, 송진우부터 박주희, 임나영까지, 충무로 블루칩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먼저 자신의 모든 비밀을 강제 잠금해제 당한 남자 도유빈 역에는 지난해 KBS1 시네마 남자 부문 수상을 거머쥔 배우 박성훈이 분한다. 박성훈은 이날 영화를 처음 본 소감으로 “감독이 계속 엄살을 부려서 기대를 낮춘 상태에서 영화를 봤다”며 “오히려 감독에게 잘 만들었다고 화를 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기획 단계부터 함께 나눈 기획 의도가 잘 살아서 만족스럽게 봤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캐릭터 설득력을 위해 고민한 지점 또한 밝혔다. 그는 “100분 동안 유빈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데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소유하고 있으며 결혼 직전에 클럽을 가는 이 인물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그 지점에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도유빈의 약혼녀이자 비밀을 의심하는 여자 임선애 역에는 KBS2 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로 활약하고 있는 김소은이 열연했다. 김소은은 “여름에 촬영해서 고생을 많이 했고 특히 박성훈이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 김소은에게도 ‘유포자들’의 의미는 남달랐다고. 김소은은 “그동안 캔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처음으로 부잣집 연기를 하는 거라 작품의 의미가 남달랐다”며 “외모, 메이크업, 자세, 걷는 느낌 등의 연구를 많이 해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도유빈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추격하는 공상범 역에는 배우 송진우가, 박주희는 진실을 좇는 선생님 상희 역으로, 걸그룹 IOI 출신 배우 임나영이 사건의 비밀을 손에 쥔 여자 다은으로 변신한다.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박성훈은 “진흙탕에서 찍은 장면이 매우 더운 날이었다”며 “벌판에 있는 수돗가에서 속옷만 입은 채로 호스기로 씻은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소은은 “웨딩드레스를 입는 장면에서 스태프들이 너무 빤히 쳐다봐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성범죄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누구든 영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라며 “영상을 찍는 행위가 매체가 달라지면서 어떤 식으로 왜곡되고, 사회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싶어서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단순 복수보다는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을 긴 시간 속에 담고 싶었다는 홍 감독. 스토리를 구상하며 관련된 사건을 취재한 당시도 회상했다. 홍 감독은 “N번방 사건에 착안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 같다”며 “과거에 (한정된) 사건도 아니고 미래에도 있을 수 있는 사건 같아서 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게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홍 감독은 취재도 당연히 많이 했다며 “어떤 사건의 디테일이라든지 재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통해서 누구나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 한정된 이야기이지 않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만들려고 했다”며 실제 사건을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에서 감독으로서 노력한 지점에 관해 언급했다.
조금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만큼 ‘유포자들’의 무게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홍 감독은 “소재 자체가 너무 무거워 다큐의 무게 만큼 넣어야 할지, 이야기 자체로서의 성격에 초점을 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너무 가볍게 다뤄도 ‘소재를 활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너무 무겁게 하면 ‘왜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서 만들었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범죄를 재현하거나 주제를 무겁게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배우들 또한 ‘유포자들’을 통해 관객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박주희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책임감을 갖고 찍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박성훈은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유포하고 시청하는 이들, 디지털 성범죄에 아예 관심 없는 이들까지 보고 나서는 생각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영화이지 않나 싶다”고 예고했다.
홍 감독은 “여러 가지 주제가 강한 이야기이지만 도유빈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디지털이라는 환경이 개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개인을 굉장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디지털의 양면성을 (영화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