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하는 벤투호. [연합뉴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됐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FIFA 랭킹 28위, 우루과이는 14위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첫 경기는 같은 H조인 가나와 포르투갈도 주목하는 경기다. 첫 경기는 16강 진출 성패를 가릴 한판이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 국가가 개최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변수가 많은 대회일 수밖에 없다. 여름철에 섭씨 4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 탓에 비교적 선선한 기온이 유지되는 겨울철에 열린다. 이 때문에 아시아 선수들은 리그 종료 후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대회에 참가하고, 유럽 선수들은 리그가 진행되는 도중 월드컵에 합류했다.
변수가 많은 월드컵인 만큼, 같은 조에 속한 상대 팀의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졌다. 단기전인 월드컵에선 작은 정보 하나가 16강 진출의 성패를 가릴 가능성이 크다. H조는 월드컵 첫 출발을 앞두고 상대 팀의 전술과 전략, 선수의 출전 가능성을 엿보려는 정보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해당 국가의 언론에서도 손흥민(토트넘)의 부상 정도를 확인하려고 문전성시다.
벤투호는 H조 중 가장 이른 14일 도하에 입성했다. 17일과 19일엔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두 차례씩 훈련했다. 현지 무더위에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땐 오전 훈련을 오후로 바꾸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20일에는 짧지만 달콤한 첫 휴식을 취한 후, 21일부터 훈련을 재개해 다시 땀방울을 흘렸다. 벤투호는 4개 면이 나무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훈련장에서 자세한 전술 훈련을 숨긴 채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H조 중 가장 늦은 19일에 도하 땅을 밟은 우루과이는 전력 노출을 철저히 막았다. 지난 13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고, 훈련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평가전도 치르지 않았다. 도하에 도착해서는 훈련 첫날인 20일엔 초반 15분만 공개했다. 훈련에서 가상의 상대인 장애물을 세우기도 했는데, 한국 대표팀 홈 유니폼처럼 빨간 상의 차림이었다.
H조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높은(9위) 포르투갈은 각국 미디어 관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팀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브루노 페르난데스(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앙 칸셀루(맨체스터 시티) 등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하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훈련 공개를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호날두가 소속팀 맨유와 갈등을 빚으면서, 미디어의 취재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가나 대표팀은 사뭇 다르다. 지난 18일 카타르 도하에 입성한 가나는 별다른 일정 없이 휴식을 계속 이어갔다. 훈련 대신 이틀 동안 장기자랑 등 신고식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가나가 상대 팀에 전술을 숨기려는 연막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나는 20일 월드컵 첫 훈련을 시작했는데, 비공개였다.
'정보전'에서 한국은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스파이’를 두고 한국과 스웨덴 대표팀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스웨덴이 한국 대표팀의 훈련 내용을 빼내기 위해 스카우트를 파견해 스파이 활동을 주문한 것이다. 스웨덴 스카우트 라세 야콥슨은 한국 대표팀의 사전 캠프 인근 건물을 빌린 뒤 비공개 훈련 내용을 빼내는 대담함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