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 보름 넘게 지났지만, 축구대표팀 공격수 나상호(27·FC서울)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꿈 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잔디를 밟는 순간, 16강 진출을 확정한 후 ‘붉은악마’를 향해 달려가던 찰나, 그리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적힌 태극기를 펼쳐 웃던 미소까지.
성공리에 생애 첫 월드컵을 마친 나상호를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나상호는 언론 인터뷰·구단 행사 등 빡빡한 일정을 보낸 뒤 2023시즌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그는 “바쁜 일정으로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모두 좋은 취지이지 않나. 오히려 (불러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나상호는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 스타’가 됐다. 그는 우루과이와 치른 카타르 대회 조별리그 1차전(1-1 무)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줬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후반 29분까지 머리가 뒤로 젖힐 정도로 ‘죽어라’ 뛰는 모습에 팬들은 감동했다. 나상호는 “공을 뺏기면 숨이 넘어갈 때까지 상대를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머쓱해했다.
당초 카타르 대회에서 우측 공격수 자리는 걱정거리였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이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조별리그 1·2차전에 결장했다. 나상호와 권창훈(김천 상무)에겐 물음표가 붙었다. 그러나 나상호가 좋은 경기력으로 황희찬의 자리를 메웠다. 이후 부상에서 회복한 황희찬이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아 결승 골을 터뜨렸다.
나상호는 “2022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잘 준비해서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꼭 선발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시즌 중에는 소속 팀 성적에 신경을 더 썼다. K리그1 잔류를 확정하고,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도 끝난 뒤엔 월드컵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라며 “우루과이전 선발 출전은 경기일 점심 식사하면서 알게 됐다. ‘드디어 첫 경기구나’ 하는 마음에 설렜다”고 밝혔다.
카타르 대표팀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나상호도 “선수단 내 선·후배 사이가 정말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래 동료들과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김문환(28·전북 현대) 황희찬,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민재(나폴리) 조유민(이상 27·대전하나시티즌) 백승호(26·전북)가 이들이다. 나상호는 “운동과 취침 시간 빼고는 ‘나상호방’에서 항상 붙어 있었다”며 웃었다.
이들은 숙소 탁구장에서 자주 모였다. 나상호는 “탁구 진짜 못한다. 내가 안쓰러웠는지, 인범이가 도와준 덕분에 카타르에서 실력이 조금 늘었다. 그래도 해볼 만했던 상대는 문환 형이었다. 나는 펜홀더그립”이라며 “승호와 유민이가 실력자였는데, 내가 보기에는 승호가 더 잘한다”고 전했다.
탁구도 즐거웠지만, 첫 월드컵에서 뛰는 게 가장 흥분됐다. 나상호는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부임 후 지속해서 차출돼 ‘벤투호 황태자’라는 말을 들었다. 칭찬보다는 비난의 뉘앙스였다. 나상호는 “‘모든 걸 보여줄 때다’ ‘후회 없이 뛰자’라는 각오였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거 아니겠나. 준비를 잘한 만큼 오히려 즐겁게 뛰었다”고 했다.
서울은 8일 전지훈련지인 태국 후아힌으로 출국한다. 지난 3일 첫 팀훈련을 시작한 ‘서울 주장’ 나상호는 2023시즌에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서울은 최근 3시즌 하위 스플릿(6~12위)에 그쳤다. 나상호는 “많은 서울 팬이 카타르까지 오셔서 응원해주셨다. 그만큼 서울 팬들은 축구에 진심이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행복 축구’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