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준(32·전북 현대)이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발언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래도 자신을 K리그 무대로 이끌어준 홍 감독을 ‘은사’라고 표현했다.
아마노는 12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홍명보 감독님을 존중하고 있었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우승을 위해 같이 싸웠다. 감독님이 트로피를 들 수 있게끔 함께 싸웠는데, 언론을 통해 발언하신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지난 11일 “아마노는 내가 만난 일본인 중 최악”이라며 “우리 선수와 구단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마노가 울산의 라이벌인 전북으로 이적하자 홍 감독은 그에게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활약하던 아마노는 지난해 울산으로 임대 이적하며 한국 무대에 발을 들였다. 아마노는 지난해 울산 우승의 주역이었다. 리그 30경기에 출전해 9골 1도움을 기록, 울산이 17년 만의 대업을 이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스트라이커가 부재했던 지난 시즌 초반 아마노는 ‘제로톱’으로 득점을 책임졌다. 마틴 아담(울산)이 온 후부터는 2선에서 창의적인 패스, 탈압박 능력으로 플레이 메이킹을 도맡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임대 기간이 만료됐지만, 울산과 동행을 이어갈 것이 유력했다. 울산과 아마노 측 모두 재계약을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 전북을 택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마노가 ‘돈’을 보고 이적했다며 분노했다. 홍 감독은 아마노가 울산 구단과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본 것이다. 아마노를 향해 다소 강력한 발언을 던진 이유다.
아마노의 입장은 달랐다. ‘배신자’ 낙인이 찍힌 그는 “홍명보 감독님이 ‘거짓말쟁이’ ‘돈을 선택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울산과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즌이 끝나고 나서도 울산 구단의 공식 오퍼는 없었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실제 울산은 아마노가 일본으로 돌아간 지 2주 만인 11월 중순, 계약안을 건넸다. 그러나 당시 아마노는 자신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전북으로 이미 마음이 기운 상황이었다. 아마노는 “김상식 감독님과 구단 전력강화부가 열의를 갖고 내게 (계약) 이야기를 꺼낸 것에 기분이 좋았다. 전북은 시즌 종료 전 요코하마(원소속팀)와 임대 조정을 끝냈고,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홍명보 감독에게 ‘공개 저격’을 당한 아마노는 “어제 (홍명보 감독의 발언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그는 “홍명보 감독님을 존중한다. 나를 K리그로 데려와 주시고, 우승을 위해 같이 싸운 전우이자 은사라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아마노는 자신을 K리그 무대로 끌어준 홍명보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마노가 전북 이적 과정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 감독이 아마노의 발언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낼지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 아마노는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을 누빈다. 전북 “전북의 선수로서 김상식 감독님, 선수들과 같이 꼭 트레블(K리그·FA컵·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 (울산과) 각자 위치에서 경쟁하면 좋을 것 같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마침 지난 시즌 FA컵 정상에 오른 전북은 K리그 우승팀인 울산과 2월 말 개막전을 치른다. 이미 이 경기의 주인공은 아마노로 정해진 모양새다. 그는 “정승현(울산)이 일본어로 ‘운동장에서 조심하라’고 농담했다. 내 결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이적을 결정했다. 올 시즌 울산과 경기에 대한 각오는 이미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