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 V리그 남자부 봄배구는 '99즈'라고 불리는 1999년생 유망주의 활약과 자존심 싸움이 기대를 모은다.
대한항공(남자부)과 흥국생명(여자부)의 1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V리그는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우리카드(3위)-한국전력(4위)의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PS) 일정에 돌입한다. 여자부는 23일 현대건설(2위)-한국도로공사(3위)의 플레이오프(PO)로 막을 올린다.
V리그는 최근 몇 년간 여자부가 남자부 인기를 추월했다. 국제대회 성적이 뛰어난 데다, 김연경(흥국생명) 등 스타 선수를 앞세워 관중 동원과 시청률 모두 우위를 나타냈다.
'99즈'는 남자 배구 인기 회복의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임동혁(대한항공)과 김지한(우리카드) 임성진(한국전력·이상 24)은 외모와 실력을 모두 갖췄다. 임동혁과 김지한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도전장을 내밀 만큼 일찍부터 주목받은 신예다. 임성진 역시 성균관대 재학 중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임동혁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포지션 특성상 외국인 선수의 백업으로 활약하면서도 이번 시즌 278득점, 공격성공률 56.5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총 103득점에 그친 김지한은 이번 시즌에만 301점을 올렸다. KOVO컵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하고, 트리플 크라운도 한 차례 기록했다. 임성진은 셋 중 가장 많은 306점을 올렸고, 수비와 리시브에서도 8위에 오르는 등 궂은일을 잘 소화했다.
셋 다 친분이 두텁다. 임동혁과 임성진은 의림초-제천중-제천산업고를 함께 다녔다. 임성진과 김지한은 한국전력 시절 룸메이트로 지냈다. 2017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김지한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우리카드에 몸담았다. 지난 1월 10일 우리카드-한국전력전에서 각자 서로에게서 2개의 서브 에이스를 빼앗기도 했다. 특히 김지한은 '절친' 임성진에게 방향을 예고한 뒤 강력한 서브 스파이크로 득점, 큰 동작의 세리머니로 관중의 함성을 유도했다.
임성진은 "지한이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서로 좋은 서브 실력을 갖춰서 잡지 못할 정도였다. 절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다"면서 "요즘 남자 배구 인기가 많이 떨어졌는데 (우리처럼) 재밌는 장면이 많이 나와야 배구 인기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임동혁은 "성진이가 배구도 잘하고, 성격도 착하고 무엇보다 잘생겼다. 14년 인연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전했다.
셋 다 우승을 외친다.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의 임동혁은 미디어데이에 앞서 임성진에게 "챔프전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3위 우리카드의 김지한은 "한국전력만 이기면 (플레이오프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한국전력을 경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성진은 "지난해 정규리그 때 우리카드에 6전 전패를 당했지만, 준PO서 3-1로 물리쳤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대 전적도 3승 3패로 훨씬 좋다. 이런 좋은 기억을 되살려 꼭 우리카드를 꺾으려고 한다"고 자신했다.
이들보다 1년 선배인 2위 현대캐피탈의 허수봉(25)은 "(전)광인이 형이 부상 이탈로 전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한 마음으로 극복하고 있다. 우리카드(5승 1패로)에 강했으니, 우리카드가 올라왔으면 좋겠다. 풀세트를 치르고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