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결혼식 이후 며칠 만에 SNS에 글을 올려 답답한 심경을 토해냈다. 2개의 게시글 전반에서 흐르는 감정은 ‘서운함’이다. 모든 사람에게 축복을 받아야 할 결혼식에 받은 지탄과 연신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그가 어떤 마음 고생을 했는지 느끼기는 어렵지 않았다.
여러 매체와 기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가 토로한 것은 ‘왜 나에게 묻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추측성 보도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퍼지는 것이 괴롭다고 했다. 사실 확인을 해 달라는 그의 요청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확히는 그를 담당하는 홍보사에 연락했다.
묻고 싶은 것은 간단했다. 그의 글에 쓰인 대로 정말로 전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가 고가의 명품 선물을 강요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글에서 ‘추가취재를 하려면 연락을 달라’고도 했다.
후크엔터가 ‘여론 조작’을 위해 움직였다는 그의 주장도 확인하려 했다. 이승기가 전 소속사와 언론을 통해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그가 ‘연락을 달라’고 했으니 허심탄회한 심경을 듣고 싶었다.
특히 한 인간으로서 “아내가 부모님을 선택한 건 아닌데, 어떻게 부모님 이슈로 헤어지자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그의 말이 와 닿았다. 이승기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아내와 가정을 꾸린 한 사람이다. 연예인이라고 감정이 없을까.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해도 가족은 ‘너는 더 좋은 사람이 될 거야’라는 믿음과 지지를 보내줄 수 있다. 최근 SNS 상에서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 유행하는 이유는, “그래도 너인 줄 알면 사랑하겠지”라는 부모님의 답변에 우리가 감동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홍보사에서는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다음날 아침에 답변을 줬다. “아티스트가 힘겹게 글을 쓴 것은 일일이 해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힘든 심경을 전했다는 관점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사실확인 없이 나오는 보도에 어려움을 토로한 그였다. 단순한 심경 토로도 아니고 후크엔터의 선물 강요와 언론 유착 정황까지 흘린 그다. SNS에서 힘든 심경을 토로하고, 걱정스레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에 ‘안알랴줌’이라고 대답한 밈(인터넷 유행어)이 머리를 스쳤다. 그냥 ‘걱정’과 ‘연민’을 원했던 것일까.
당황스러움에 다시 SNS 글을 찬찬히 읽었다. 어떤 기자는 실명을 공개하고, 어떤 기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철저히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지적받은 매체만 골라 이름을 넣었다. 그렇지 않은 기자는 A씨로 썼다. 이 글을 쓴 의도가 궁금했다.
덧붙이자면 기자들은 논란이 있고 당사자의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대부분 연락을 시도한다. 취재원이 연락을 받지 않을 뿐이다. 기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논란이 아니라 팩트다. 논란을 안물어보는 이유를 ‘사실이면 쓰지 못하니까’라고 얘기했다는 언론사 관계자의 실명을 밝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