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AG) 여자 탁구 단체전 준결승전. 관중석을 가득 메운 중국 팬들이 한국 선수들을 향해 "짜요, 짜요"를 힘차게 외쳤다.
이날 오전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는 한국-일본, 중국-태국 4강전이 동시에 시작됐다. 중국 탁구는 '만리장성'으로 불릴 만큼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만큼 자국 내 인기도 상당하다. 중국은 이날 태국을 맞아 1시간 9분 만에 매치 점수 3-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중국-태국전이 끝난 바로 옆에선 한국-일본전이 한창이었다. 한국-일본전은 단식 2경기 5게임이 진행 중이었다. 중국 팬 대부분은 자리를 뜨지 않고 1시간 넘게 한국-일본전을 관전했다.
놀랍게도 한국이 점수를 얻을 때마다 중국 팬들이 환호했다. 한국 선수들이 포인트를 잃거나 분위기를 잃으면 "짜요, 짜요"라며 응원했다. 반면 일본이 포인트를 얻으면 탄식했다. 아주 소수의 일본 팬이 박수를 보내거나 함성을 지를 뿐이었다. 중국 팬들이 일방적으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 것이다.
한중 관계도 얼어붙어 있지만, 중국인의 반일 감정이 더 큰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대만에 군사 위협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등 외교적 갈등도 크다. 최근에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일, 북중 관계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중국 팬들도 이런 점을 의식하며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을 응원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2010년 귀화한 전지희는 경기 후 "중국 팬들이 우리를 정말 많이 응원해 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광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4강전에서 일본에 매치 점수 1-3으로 졌다. 1단식에서 나선 '탁구 신동' 신유빈(8위·대한항공)이 자신보다 세계 랭킹이 한 단계 낮은 하야타 히타(9위)에게 0-3(7-11, 6-11, 8-11)으로 패했다. 2단식에 나선 전지희(33위·미래에셋증권)는 히라노 미우(16위)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서효원(60위·한국마사회)은 미와 하리모토(17위)에게 0-3, 4단식 신유빈은 히라노 미우에게 1-3으로 져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