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방출설이 아닌, 이적설 주인공이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공격수 황희찬(27·울버햄프턴)의 얘기다.
영국 매체 더부트룸은 지난달 31일 “토트넘이 영입을 원했던 황희찬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여름 그를 영입하지 않았지만,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선 겨울에 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황희찬 영입’을 주장했다. 토트넘은 EPL 10라운드 기준 무패행진(8승 2무)을 달리고 있는데,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한 보강 카드로 황희찬을 주목한 것이다.
이러한 이적설에서 달라진 황희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황희찬은 부상으로 발목이 잡혀 주로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했다. 경기장 내의 영향력은 상당했지만, 긴 출전 시간을 소화하진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단의 재정적 문제 탓에 ‘방출설’에 이름을 올렸다. 울버햄프턴은 지난 2년간 적극적인 투자로 선수들을 품었지만, 중위권에 머물렀다. 이적료로 인한 지출이 컸는데도 수익이 모자라 유럽축구연맹(UEFA)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위반 가능성이 언급됐다. FFP를 지속해 위반하면 벌금·승점 삭감 등 철퇴를 맞는다.
울버햄프턴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1군 선수 7명과 결별했다. 동시에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젊은 축에 속하는 황희찬과 같은 선수들이 이적 대상으로 꼽혔다. 선수 판매로 자금을 충당해 FFP를 지키겠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황희찬은 실력으로 본인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그는 EPL 10경기에 모두 나서 6골(득점 5위) 1도움을 올렸다. 6개의 유효슈팅을 모두 득점으로 전환하며 놀라운 골 결정력을 뽐냈다.
구단의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황희찬은 지난달 29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23~24시즌 EPL 10라운드에서 1-2로 뒤진 후반 26분 멋진 왼발 동점 골을 터뜨렸다. 그는 이 득점으로 올 시즌 홈에서 치른 5경기(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리버풀·맨체스터 시티·애스턴 빌라)에서 모두 득점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37라운드 에버턴전을 포함한다면 홈 6경기 연속 득점이다. 이는 울버햄프턴 146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황희찬이 터뜨린 6득점은 자신의 커리어하이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2021~22시즌 5골, 2022~23시즌엔 3골을 넣었다. 단 10경기 만에 자신의 기록을 깼다.
황희찬의 활약상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3시즌 울버햄프턴 소속 선수들의 리그 최다 득점은 6골이었다. 2022~23시즌 후벵 네베스(알 힐랄)·다니엘 포덴세, 2021~22시즌 라울 히메네스(풀럼) 2020~21시즌 페드로 네투 등 모두 6골 이후 득점포를 멈췄다. 황희찬이 해당 기록에서 가장 앞서나갈 것이 유력하다.
한편 황희찬의 겨울 이적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적시장이 열리는 내년 1월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승선이 유력한 황희찬이 겨울에 이적해도 당장 팀에 보탬이 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적설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그만큼 황희찬의 올 시즌 활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지난 7월 영국 출국 당시 “최고의 시즌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는 당당히 그 약속을 실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