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 결과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국가대표 선수단 정신력 강화 캠프 참가 인원 제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단체 훈련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대한체육회는 "우리 회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등 국제종합대회를 대비하여, 아래와 같이 국가대표 선수단의 정신력 강화 및 'ONE TEAM KOREA'를 위한 훈련 캠프를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정신력 강화 캠프란 다름 아닌 해병대 캠프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앞서 10월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통해 "2024 파리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수촌에 입촌하기 전 해병대 극기 훈련을 하게 할 거다. 나도 같이 하고 입촌할 계획"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설화(舌禍)인 줄 알았던 그의 계획은 현실이 됐다. 공문에 따르면 해당 교육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서울 기준으로 기온이 영하로 내려온 상황에서 실외 훈련, 그것도 해병대 캠프라면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체육회의 목적은 대표팀 역량 강화가 아닌 정신력 강화다. 체육회는 앞서 AG을 앞두고 진천 선수촌 합숙 과정에서도 비슷한 방침을 실행했다. 자정 이후 숙소 와이파이를 차단했고, 선수단에 아침 구보와 산악 훈련을 강제했다. 당시 장재근 선수촌장은 "메달을 향한 집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을 이용하다가 다음 날 훈련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이 규정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꼰대 같은 발상'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실효성도 전혀 없었다. 대부분의 선수는 와이파이 차단 효과에 대해 묻자 난처한 표정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와이파이를 차단하셔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답했다.
정작 '정신력 강화'와 무관한 코치진만 이 규정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과 달리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들은 심야 분석 업무 도중 와이파이가 차단돼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고 하소연했다.
해병대 훈련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해병대 캠프 소식을 듣고 "정말로 가야 하는 건가"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신체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닌 수직적·강압적으로 이뤄질 훈련 분위기가 불편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