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뷰캐넌(34)은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다. 2020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21년 16승으로 역대 삼성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뷰캐넌은 2022년 11승을 거두며 구단 최초로 3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선수가 됐고, 2023년 재계약과 함께 구단 최장수 외국인 선수(4년) 타이틀까지 얻었다. 뷰캐넌은 올해 두 자릿수 승수(12승)와 함께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성적만 좋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도 일품이었다. 매 경기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고, 그라운드 밖에선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고 젊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매 인터뷰에선 “야수들 덕분에 잘 막을 수 있었다”라는 말을 하며 팀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좋은 활약을 펼친 뷰캐넌을 삼성은 당연히 잡고 싶다. 이전부터 뷰캐넌이 원했던 다년 계약은 물론, 올 시즌 외국인 최고 대우로 뷰캐넌을 잡고자 한다. 뷰캐넌 역시 삼성에 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뷰캐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으로부터 다년 계약을 제안받았지만, 삼성과의 계약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구단과 선수의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은 물론, 금액에도 큰 차이가 있다. 뷰캐넌은 3년 이상의 계약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하는 금액도 올 시즌 외국인 최고 대우(150만 달러)를 한참 초월한다. 뷰캐넌은 내년에 35세 시즌을 맞는다. 에이징커브가 시작되는 30대 후반까지 매년 큰 돈을 투자하기엔 삼성으로선 리스크가 크다는 입장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뷰캐넌이 삼성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인정한다. 최고 대우로 잡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라면서도 “구단으로선 내년, 내후년의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 정해진 샐러리캡이 있는데 선수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면 향후 구단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뷰캐넌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뷰캐넌과 계약이 틀어졌을 경우에 대비한 플랜B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뷰캐넌과 삼성이 다년계약에 합의해 내년에도 동행한다면, 뷰캐넌은 ‘KBO 1호’ 다년계약 외국인 선수가 된다. KBO는 지난 2019년부터 입단 2년 차 이상의 외국인 선수에 한해 다년계약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는데, 아직 다년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현재로선 이 타이틀에 가장 근접한 선수가 뷰캐넌이다.
삼성의 숱한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 간 뷰캐넌이 KBO 최초 주인공까지 될 수 있을까. 삼성과 뷰캐넌 서로가 윈윈하는 계약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