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세계최강 미국과의 일전을 앞둔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명언으로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오늘은 저들을 동경하지 말자”라고 운을 뗀 오타니는 “1루에 폴 골드슈미트가 있고 중견수에 마이크 트라웃, 외야에 무키 베츠가 있다. 야구를 한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을 동경만 해서는 넘어설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우승을 하기 위해 온 만큼 오늘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라고 말하며 대표팀의 사기를 북돋았다. 일본 대표팀은 오타니의 말대로, 미국 대표팀을 상대로 주눅 드는 모습 하나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9개월 뒤, 오타니의 이 명언이 재소환됐다. 28일(한국시간) LA 다저스의 입단식의 주인공이 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오타니의 말을 인용해 의지를 다진 것이다. 야마모토도 WBC 일본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오타니의 명언을 현장에서 들었던 선수 중 한 명이다.
야마모토는 "다저스라는 역사적인 프랜차이즈의 일원이 된다는 것에 기쁘다. 다저스가 내 새로운 집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형용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내가 존경했던 선수들을 단순히 동경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선수들이 동경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오타니의 명언을 인용했다.
LA 다저스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야마모토의 입단식을 열고 그와 12년간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계약 총액이 계약금 5천만 달러를 포함한 3억2500만 달러(약 4215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금액은 역대 포스팅 최고액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계약 1위 기록으로 알려졌다. 종전 포스팅 최고액 계약은 2014년 다나카 마사히로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며 계약한 7년 1억5500만 달러로, 야마모토가 2배 이상의 금액으로 경신했다. 총 금액도 게릿 콜이 2019년 뉴욕 양키스와 맺은 9년 3억2400만 달러에 100만 달러를 앞서 투수 계약 최고액을 달성했다.
이날 입단식에서 야마모토는 “(이전 구단인) 오릭스 버팔로스와 다저스 구단에 감사하다. 다저 블루 유니폼을 입게 돼 너무나 흥분된다. 다저 스타디움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질 일이 무척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저스는 야마모토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구단의 계약 의사를 들으러 다저스에 온 야마모토를 위해 먼저 계약한 오타니와 무키 베츠, 윌 스미스 등 주축 선수들을 대동해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오타니도 같은 일본인 선수로서 야마모토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야마모토는 "다저스가 오타니 계약의 지불유예를 통해 승리를 갈망한다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면서 "지금의 승리, 미래의 승리가 다저스와 계약한 핵심적인 이유였다"라며 다저스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오타니가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갔더라도 (나는) 다저스와 계약했을 것이다. 이기고 싶은 팀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협상 과정에서 다저스가 그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