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700명이 꽉 들어찬 23일 수원 KT위즈파크, 3루 원정 응원석에서 익숙한 응원가 떼창이 들려왔다. 바로 삼성의 왕조시절 응원가 '엘도라도'였다. 이 음악이 경기장에서 응원단과 함께 울려퍼진 건 2017년 10월 3일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의 은퇴경기 때 이후 약 7년 만이었다.
그동안 삼성은 이 응원가 없이 6년을 버텨왔다. 2018년부터 응원가 저작권 문제로 자취를 감추면서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왕조 시절 응원가를 그리워하던 삼성팬들의 꾸준한 열망이 있었다. 구단 프런트도 수년간 부활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복잡한 과정 탓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종열 단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단장이 유니폼 변경(빨간줄 삭제)과 함께 엘도라도의 부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유정근 대표이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우러져 7년 만에 왕조 응원가가 부활했다.
이종열 단장은 "응원가 원곡이 독일 노래인데, (유정근) 사장님이 제일기획 독일 법인에 연락하면서까지 추진해주셨다. 원작자는 물론 원작자 아들도 세상을 떠나면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노력해준 덕분에 아주 어렵게 찾았다"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23일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가를 들었다는 이종열 삼성 단장은 "소름이 돋았다. 삼성 팬들의 오랜 숙원이지 않았나. 오랜만에 직접 들으니 나도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라"면서 "이 응원가의 힘이 굉장하다는 걸 오늘 야구장에서 다시 느꼈다. 나는 그저 응원가를 부활시켜달라고 졸랐을뿐인데, 많은 분의 노력 덕분에 소중한 응원가를 찾아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왕조 응원가를 지휘했고, 앞으로도 지휘할 김상헌 응원단장 역시 감회에 젖었다. 2013년부터 삼성의 응원을 도맡고 있는 김 응원단장은 2017년 프로야구계를 강타한 응원가 저작권 사태로 기존 가요를 편곡 및 개사해 만들었던 응원가를 못 쓰게 되자, 직접 자작곡을 만들어 응원을 주도해왔다. 엘도라도의 대체 응원가인 '승리를 위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엘도라도의 부활에 "울컥하다"라고 말한 김 단장은 "팬분들도, 우리 응원단도 정말 오래 기다렸던 응원가다. 우리(삼성)가 정말 잘했을 때 불렀던 왕조 시절 노래 아닌가"라면서 "올 시즌에 이 응원가와 함께, 선수들의 성적도 그때(왕조)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23일 삼성은 부활한 엘도라도와 함께 승리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돌입한 연장 10회 초, 김현준의 결승타로 6-2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김현준은 구단 유튜브를 통해 "엘도라도가 부활한다고 해서 (이전 영상을) 많이 찾아봤는데 실제로 들으니까 더 소름이 끼치는 것 같다"라며 기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