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66) 한화 이글스 감독이 동업자 정신과 클린 베이스볼을 재차 강조했다. 현장으로 돌아온 '야구계 어른'의 진심이 울림을 안겼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6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5일 발생한 한화-KT 선수단 벤치 클리어링(벤클) 그리고 발단 상황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상황은 이랬다. 한화가 12-2, 10점 차로 앞서 있었던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한화 투수 박상원은 KT 타자 김상수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삼진 처리한 뒤 다소 요란스러운 세리머니를 했다. 이런 모습이 상대를 자극했고, 경기 중에도 이상 기류가 흘렀다. 한화 마운드 베테랑 류현진이 KT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으로 사과 제스처를 했지만, 결국 경기가 끝난 뒤 KT 야수 고참 황재균이 당사자 박상원을 지목해 불러내며 갈등이 표면화됐다. KT 장성우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박상원에 분개해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야구팬 커뮤니티가 달아올랐다. 박상원이 야구팬들도 널리 알고 있는 불문율을 어겨 상대를 자극해 벤클 빌미를 제공했다는 목소리, 그럼에도 선배 위치를 이용한 황재균의 강압적 태도도 문제가 있었다는 시선이 나왔다.
박상원은 이튿날(6일) 야구장에 도착한 뒤 바로 정경배 수석코치와 함께 KT 더그아웃을 찾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어제 (김경문)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 나는 괜찮으니 선배들과 잘 얘기하라"라고 했다. 박상원은 식사를 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KT 고참 선수들과도 사과 인사를 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5일 경기가 끝난 뒤 바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내가 더 가르치겠다"라고 말했다. 박상원의 행동이 KT 선수들을 자극한 여지가 있었다는 걸 인정한 것.
6일 경기 전에도 재차 올바른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문 감독은 "야구에는 불문율이 있다. 상대가 연패를 하고 있거나, 점수 차가 많이 날 때 오해를 살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그게 멋있는 것이고, 그게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에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그런 족은 꽤 강조하는 편이다. 조금 더 잘 가르쳐서 깨끗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야구를 할 것"이라는 소신도 전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미 5일 경기 뒤 이강철 감독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취재진과의 대화 에서 "박상원이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라고 못 박아 소속 선수를 보호하기도 했다.
흔하다면, 흔한 벤클.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에 노감독의 현명하고 상식적인 대응이 있었다. KT 선수단도 주장 박경수가 대표해 "더 이상 문제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