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1라운드 경기 도중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단순한 응원이나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 '탱크데이'는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해당 이벤트는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이 같은 표현이 고교 야구 경기장에서 상대 학교를 향한 응원 구호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특정 지역과 역사적 비극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장 지도자도 우려를 나타냈다. A 고교 야구부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우리 응원만 하고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지도한다"며 "우리가 잘해서 이겨야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의 견제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일은 그 범주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일부 온라인에서는 지난 5월에 열린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전 광주제일고와 충암고의 경기도 함께 거론됐다. 다만 광주제일고 측은 이번 사안과는 다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윤채 광주제일고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그때(황금사자기 준결승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에 맞춰 응원 동작을 펼치고 있는 배재고 야구부. 강릉 야구TV 캡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단순한 경기장 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사안"이라며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신속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A는 오는 1일 오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번 사건은 청소년 사이에서 혐오 표현이 온라인 문화를 통해 확산되는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경기 전부터 온라인에는 광주제일고를 겨냥해 "여권 들고 와야겠네" 등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던 혐오 표현이 학생 선수들의 응원 문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표현을 '밈'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정 지역과 역사적 아픔을 조롱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재미나 장난 정도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그라운드에서도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 가야지" 조롱에 항의서한 전달하는 이규연 교장. 연합뉴스
현장의 지도 체계 역시 과제로 남았다. 상대 팀 감독이 항의하고 심판이 제지할 때까지 해당 구호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학생 선수들에 대한 지도와 교육이 부족했다.
학교 교육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입시 과목으로만 소비된 역사 교육은 비극의 의미를 되새기기보다 정답을 외우는 교육에 머물렀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30일 배재고를 방문해 사안 발생 경위와 학교의 후속 조치 등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