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울버햄프턴)이 프리시즌 연습경기 도중 당한 인종차별 논란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KFA)가 첫 대응에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레터를 보내 황희찬이 당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다. 다만 KFA 차원의 공식적인 성명문이 아닌 짧은 설명 수준에 그친 데다, 이마저도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만 알려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KFA는 18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FIFA에 보낸 공식 레터를 통해 황희찬 선수가 최근 연습 경기에서 상대팀 선수로부터 당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을 예방, 근절하기 위해 FIFA가 가해자들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황희찬이 인종차별 피해를 당한 사실이 알려진 지 사흘 만이다. 박주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의 내부 폭로에 즉각 대응했던 것을 돌아보면 더욱 눈에 띄는 속도다.
더구나 KFA는 이같은 내용을 협회 공식 홈페이지나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스타그램 계정, 유튜브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는 전하지 않고, X 계정을 통해서만 슬그머니 알렸다.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KFA 입장에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더욱 널리 알렸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정작 한 채널을 통해서만 이같은 사실을 전한 것이다. 물론 KFA가 알려야 할 내용이 있을 때 모든 채널을 공통적으로 활용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민감한 사안을 가장 이용자 수가 적은 채널을 통해서만 알린 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지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KFA가 박주호의 방송 내용 등과 관련해 즉각 반발한 것과 달리 손흥민·황희찬 등 국가대표 선수가 받은 인종차별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실제 KFA는 앞서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의 내부 폭로에는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즉각 입장을 냈는데, 이번 황희찬 사례를 비롯해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들이 당한 인종차별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간 인종차별 논란에 침묵을 이어오던 KFA는 이날 돌연 ‘FIFA에 공식 레터를 보냈다’ 뒤늦게 관련 입장을 내놨다.
앞서 황희찬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진행된 이탈리아 코모 1907과의 연습경기 도중 상대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황희찬 동료인 다니엘 포덴세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상대에게 주먹질을 한 뒤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울버햄프턴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즉각 유감을 표하는 성명문을 냈고, 심지어 황희찬도 SNS를 통해 당시 상황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손흥민도 황희찬 SNS 게시글에 댓글을 통해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제 당시 상황이 어느 정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시점에 '슬그머니' 나온 KFA의 입장에 팬들은 오히려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