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두 차례나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장 한 달 뒤 안방에서 열리는 A매치에서 잔디의 상태가 대표팀 화두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푸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에서 오만을 3-1로 꺾은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그라운드 상태가 너무 좋아서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데 자신 있게 했다”고 운을 뗀 뒤 “홈 경기장도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팔레스타인과의 B조 1차전에서도 잔디와 관련해 발언한 바 있다. 당시 경기장 내 일부 움푹 팬 잔디로 인해 선수들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데 애를 먹었다. 그 원인 때문인지 한국은 약체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는 팔레스타인전 뒤 “원정 경기(오만)는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좋은 점은 그라운드 컨디션이 더 좋다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회적이지만, 상당히 강도 높게 경기장 잔디 상태를 비판한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도마 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각종 행사가 진행되는 무대이다 보니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를 보존하기 힘든 환경으로 꼽힌다. 이에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021년 하이브리드 잔디로 완전히 탈바꿈하며 개선한 바 있다.
2년에 걸쳐 공들여 온 잔디 개선 작업은 다시 난관에 부딪힌 모양새다. 여전히 축구 경기 외에 여러 행사가 열리는 데다, 올해는 긴 무더위와 장마로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오는 10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라크와 B조 4차전을 벌인다. K리그, 가수의 콘서트 등 예정된 일정도 빽빽하다.
앞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축구협회(KFA)는 새 개최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FIFA의 월드컵 예선 규정에 따르면 A매치의 개최지는 경기 최소 3개월 전에 통지해야 한다. 또한 같은 규정 중 ‘장소’와 관련한 항목에선 “원칙적으로, 경기장은 국제공항에서 150㎞ 이상 떨어져선 안 되며, 이동 시간 2시간 이상을 초과해선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최적의 위치라는 건 변함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설공단 서울월드컵경기장운영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축구 경기력 향상과 시각적인 경관성을 높이기 위해 신선한 기후에 생육이 완성한 한지형 잔디가 조성돼 있으나, 최근 7~8월 기록적인 폭염(38일)·열대야(39일)·잦은 강우(46일) 등 고온 다습한 날씨가 지속돼 잔디 생육 상태가 저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상된 잔디에 대해선 비축분을 활용해 잔디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서울시설공단의 설명이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