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월드시리즈 우승 팀 다저스는 올겨울에도 전력 보강에 한창이다. 스토브리그 선발 투수 최대어였던 블레이크 스넬을 영입했고, 타격 능력이 좋은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와도 계약했다. '월드 챔피언' 등극 주영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셋업맨 블레이크 트라이넨과도 재계약했다. KBO리그 4연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김혜성도 영입했다.
물론 떠난 선수도 있다. 워커 뷸러가 대표적이다. 그는 뉴욕 양키스와의 2024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다저스 우승을 결정짓는 아웃카운트를 잡은 선수다. 다저스가 드래프트에서 지명해 키운 선수로 2019·2021시즌 각각 14승과 16승을 거두며 선발진 상위 순번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2022시즌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구속이 크게 떨어졌다.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다저스는 더 좋은 투수가 필요했다. 더불어 가용 자원이 많은 선발진 정리도 필요했다.
뷸러는 지난달 24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1년 2105만 달러에 계약하며 이적했다. 다저스는 이 계약이 공식화된 지난주 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뷸러가 월드시리즈 우승 순간 두 팔을 들어 기뻐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며 '고맙다(thank you)'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다저스에서 7시즌 동안 보여준 임팩트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글도 올렸다.
다저스는 8일 팀 팜 출신 내야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했다. 김혜성 영입이 발표된 지 나흘 만에 그의 포지션 경쟁자가 다저스를 떠난 것.
다저스는 럭스를 향해서도 그의 타격 모습이 담긴 사진에 '고맙다'라는 문구를 새겨 게재했다. 두 차례(2020·2024)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한 개빈이 신시내티에서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도 올렸다. 비록 비즈니스 논리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저스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려 했다.
다저스의 배웅은 선수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마이애미 말린스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클레이턴 맥컬러 1루 코치를 향해서도 감사와 덕담을 남겼다. 클레이턴 코치는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가 2024시즌 58도루를 기록하는 데 힘을 보탰다. 빅리거 경력이 없는 무명 포수 출신이지만 선수들에겐 신망이 두터운 지도자로 꼽힌다. 다저스는 클레이턴의 능력을 알아보고 MLB 무대를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더 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나는 그를 향해 행운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