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 2회초 2사 1, 3루 한국 김도영이 3점 홈런을 친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구에서 세리머니는 단순한 기쁨의 표현을 넘어 팀의 결집력과 대회에 임하는 의지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 대회를 앞둔 한국과 일본 대표팀도 세리머니에 진심이다. 각기 다른 의미를 담은 기발한 세리머니를 공개하며 WBC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평가전부터 안타나 홈런을 친 뒤 양팔을 활짝 벌리는 '비행기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세리머니에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가장 간절한 열망이 담겨 있다. 1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를 넘어, 결전의 땅인 미국 마이애미행 전세기에 몸을 싣겠다는 다짐이다.
한국은 조 2위 이내에 들어 2라운드에 진출할 경우, MLB 사무국이 제공하는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다. 전세기 이슈는 지난 1월 사이판 캠프 때부터 뜨거웠다. 당시 선수들은 메이저리거인 김혜성(LA 다저스)에게 전세기에 대해 물어보며 동기부여를 얻고, 미국행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비행기 세리머니는 '마이애미행'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대표팀의 도전의 상징이 됐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지난 대회 전 세계를 휩쓸었던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후추 그라인더' 세리머니를 이번에 내려놓았다. 대신 일본의 '다도(茶道)' 문화에서 세리머니를 고안했다. 오타니 쇼헤이(다저스)가 닛폰햄의 투수 키타야마 코키에게 새로운 세리머니를 만들어오라고 요청했고, 키타야마가 몇 번의 '퇴짜' 끝에 해당 세리머니를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3일 한신과의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다도 세리머니'를 하는 일본 대표팀의 곤도 켄스케. 사진=일본대표팀 SNS 캡쳐
다도 세리머니에는 일본의 언어유희가 숨어 있다. 일본어로 '차를 끓여 내다(お茶を点てる)'라는 표현에 쓰이는 한자 '점(点)'이 야구의 '득점(点)'과 같다는 점에 착안했다. 키타야마는 현지 언론을 통해 "다이아몬드를 휘저어 다 같이 점수(点)를 내자는 의미"로 해당 세리머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3일 한신 타이거스와의 평가전에서 홈런을 친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가 해당 세리머니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나름 왼손으로 찻사발을 들고 오른손으로 두 번 돌려 마신다는 다도법을 따랐다는 후문. 지난 대회에서 후춧가루를 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면, 이번에는 유유자적하게 차를 우려내는 디펜딩 챔피언다운 자신감이 엿보인다.
세리머니는 제각각이지만 승리를 향한 갈증은 다르지 않다. 미국행 전세기에 몸을 싣기 위해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 한국과, 그라운드에서 점수를 우려내며 여유를 과시하는 일본. 본 대회 시작 전부터 시작된 두 나라의 기발한 '퍼포먼스 전쟁'이 도쿄돔을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