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내달 ‘문화가 있는 날’ 확대 시행을 앞두고 영화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할인 정책을 매주 적용할 경우 극장 산업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화가 있는 날’을 현행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서 ‘매주 수요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문화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포 후 준비 기간을 거쳐 내달 1일부터 발효된다.
당초 예상대로 극장 등 민간 문화예술기관(사기업)의 참여 방식은 ‘자발적 참여형’으로 선회했다.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전국 극장은 지난 2014년 ‘문화가 있는 날’ 제정 이후 오후 5시부터 9시에 한해 일반관 기준 1만 5000원인 티켓값을 7000원에 제공해 왔다.
영화계는 정책의 공익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과 동일한 조건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시장 회복이 지연된 상황에서 추가 할인이 정례화될 경우, 극장과 배급사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문화가 있는 날’ 할인에 따른 매출 감소분은 정부의 보조금 없이 민간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한 극장 관계자는 “최근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단기적 매출 반등이 나타났지만, 누적된 영업 손실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동일 조건으로 ‘문화가 있는 날’을 추가 수용하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어려운 산업에 부담을 가중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배급사 관계자 역시 “표면적 티켓값은 상승했지만, 통신사 제휴 할인 등 각종 프로모션이 적용되면서 지금도 객단가는 5000원 안팎 수준”이라며 “흥행작 중심의 한시적 할인 등은 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작품에 일률적 할인율을 매주 적용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문체부도 이 같은 업계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 정책 실효성을 담보할 시행안을 멀티플렉스들과 협의하고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안은 극장에 한해 ‘문화가 있는 날’을 주 2회 확대하는 방식이다. 대신 기존 7000원이던 티켓값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를 두고도 업계 내부 의견은 엇갈린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향력이 큰 사업자와 문체부가 정책 방향을 설정하면 나머지는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다”며 “재정 지원, 세제 혜택 등 정책적 보완 장치가 동반되지 않으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오히려 기존의 할인율을 낮춘다는 점에서 여론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