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제공 주식 거래 계좌가 1억개를 넘어서고, ‘다계좌 투자’가 일상이 된 금융 대중화 시대다.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이하 ‘미쓰홍’)의 흥행 역시 어느 정도 예견된 흐름으로 읽힌다.
8일 종영하는 ‘미쓰홍’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전후, 코스피가 급락하던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자본주의의 근간인 ‘신뢰’를 정면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극중 ‘여의도 마녀’로 불리는 증권감독관 홍금보(박신혜)는 자본시장을 흔드는 한민증권의 깊숙한 비리를 파헤친다. 현실에서도 주가조작은 자본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중범죄지만, 처벌이 미약해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속 35세 금융 전문가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20세 신입사원으로 위장 잠입한 홍금보의 선택과 고군분투는 투자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문현경 작가는 일간스포츠에 “‘미쓰홍’은 복고풍 시대극이자 증권감독관이 언더커버가 되어 위장 취업하는 오피스물, 기업 비리를 파헤치는 액션 스릴러, 후반부에는 홍금보가 동료들과 함께 빌런에 맞서는 케이퍼 무비 톤으로 변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잡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를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하고자 했다. 차가운 시스템 속에서 살지만 여전히 선의를 믿는 일개미들, 혹은 고봉밥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진=tvN 제공 작품의 또 다른 강점은 홍금보와 조연들 간 관계성이다. 홍금보가 ‘홍장미’라는 가짜 신분으로 들어간 기숙사 4인실은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연대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특히 과거 비자금 횡령 전력이 있는 고복희(하윤경)와 홍금보가 서로를 경계하다가 점차 강력한 파트너로 변화하는 과정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핵심 축이다.
이들의 연대를 단단히 묶어주는 것은 1990년대 금융권에 만연했던 성차별과 착취적인 가족 관계, 그리고 미혼모 김미숙(강채영)을 향한 공감이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당시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드러내는 동시에 여성들의 주체적인 연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또한 권위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풍자하며, 기득권 남성들의 무능과 위선 대신 탈권위적인 남성 캐릭터들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박선호 감독은 “따뜻한 연대 이야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연대를 이뤄낼 수밖에 없는 각 개인의 서사”라고 짚었다. 문 작가 역시 “정체를 숨기고 홍장미가 된 홍금보만큼이나 한민증권 사람들은 비밀이 많다. IMF 외환 위기라는 큰 경제 위기를 맞닥뜨린 각 인물의 선택이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사진=tvN 제공 뻔한 러브라인조차 없다. 홍금보의 오래전 연인인 한민증권 사장 신정우(고경표)마저 ‘여의도해적단’이란 이름 아래 묶여 로맨스보다 강한 결속의 힘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러한 장르적 집중력은 시청자들이 오로지 ‘언더커버’ 본연의 긴장감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탄탄한 내공을 가진 박신혜의 연기력은 ‘홍금보’라는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문 작가는 “홍금보를 구상할 때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떠올렸다”며 “홍금보는 이중생활에서 오는 코미디, 언더커버로 활약하며 명민한 추리력, 때로는 액션까지 펼친다. 감정연기뿐 아니라 액션에서도 빼어난 박신혜야말로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 역시 “박신혜를 중심으로 다른 역할들의 캐스팅 밸런스를 잡아갈 수 있었다”며 “여성 엘리트가 주변 사람들과 감정적 연대를 이뤄내면서 스스로 알을 깨고 성장한다는 서사 자체는 연기력과 대중적 신뢰감이 없는 배우라면 힘들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제’와 ‘시대물’의 조합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시도였으나, 철저한 고증이 이를 상쇄했다. 문 작가는 대본 집필 전 1990년대 증권사 트레이더와 사채업 종사자 등을 인터뷰하며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를 모았고,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1997년 전후의 시대상을 세밀하게 반영했다. 캐릭터들의 비주얼 또한 당시 드라마들을 참고해 구체화했다.
사진=tvN 제공 이러한 제작진의 고민과 배우들의 열연은 수치로 증명됐다. 1회 3.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지난 1일 11.8%로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 작가는 “주가 조작, 분식 회계 등을 소재로 다루지만, 오피스 코미디인 만큼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조직 생활과 인간관계, 고민 지점들이 있다. 또 ‘예삐가 누굴까’, ‘여의도 해적단을 만든 선장은 누구지?’ 등의 미스터리를 가져가며 시청자가 매회 추리하는 재미를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감독은 “흐름상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CG를 활용해서 조금 쉽게 풀려고 노력했다. 또 예삐찾기 등 추리물적 요소가 결합하며 다채로운 장르적 재미가 한몫한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모든 배우의 훌륭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