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영웅' 신의현(46·BDH파라스)이 마지막 동계패럴림픽 무대에서 6개 종목을 모두 완주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의현은 지난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20㎞ 인터벌 스타트 좌식 경기를 마지막으로 대회를 마쳤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누빈 설원의 거리만 약 58.5㎞(바이애슬론 벌칙 주로 제외). 1980년생으로 만 46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6개 종목을 모두 완주했다.
이번 대회는 신의현의 마지막 동계패럴림픽 대회였다.
대한민국 신의현이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IS 포토
신의현은 2018년 평창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클래식 좌식 7.5㎞에서 정상에 서며 한국 선수 최초의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전설이다. 같은 대회에서 남자 프리 좌식 20㎞에서는 동메달을 따 한국 선수 사상 첫 동계패럴림픽 단일 대회 '멀티 메달'에 성공했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6개 종목을 모두 완주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모든 종목 완주에 성공했다.
대회 직전 감기에 걸린 탓에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대회 도중에서야 감기를 떨쳐내고 컨디션을 끌어올렸지만,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0㎞ 인터벌 스타트에서 9위, 바이애슬론 남자 7.5㎞ 스프린트 추적에서 10위에 올랐다. 마지막 레이스는 11위로 마무리했다.
은퇴 경기를 마친 신의현은 호흡을 고른 뒤 설원을 바라보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신의현. 사진=공동취재단
신의현은 "마지막 대회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했고, 4년간 열심히 준비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크로스컨트리 20㎞ 레이스를 마친 직후에는 정신이 없었다.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은 후 눈밭을 다시 보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고 말을 이어간 신의현은 "노르딕 스키에서 받은 것이 많고, 얻은 것이 많다"며 미소 지었다.
평창 대회부터 시작해 12년 간의 패럴림픽 여정을 모두 마무리한 그에게 딸 은겸 양이 보낸 문자 메시지는 마음을 울렸다.
신은겸 양은 "이제 아빠가 두 팔로 달리는 모습은 잘 못보겠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는 너무 속상한 것 같다. 새 시작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빠가 너무 멋있었다"며 "항상 파이팅 넘치고 긍정적인 철인이 우리 아빠라는게 너무 자랑스럽다. 아빠로서, 선수로서 책임감과 주변의 기대가 너무 무거웠을 것 같은데 이제 조금 가벼워졌길 바란다. 우리에게 1등은 항상 아빠"라고 응원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한 신의현. 사진=공동취재단
배동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창성그룹 부회장)은 "2015년 창성건설 실업팀 창단식 때 신의현 선수를 처음 봤다. 마지막이라니 감정이 북받친다"며 "지금 나의 인생은 신의현 선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나의 삶을 의미 있고, 가치있게 해준 선수다. 존경하고, 옆에서 앞으로의 삶을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신의현은 "배동현 회장님이 안 계셨다면 신의현이라는 선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나를 멋진 선수로 만들어주신 분이다.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신의현이 평창 대회에서 작성한 한국 선수의 동계패럴림픽 최다 메달 기록은 딸 뻘인 후배 김윤지(BDH파라스)가 이번 대회에서 모두 넘어섰다. 김윤지는 동계패럴림픽 사상 최초로 2관왕에 오르는 등 첫 패럴림픽에서 메달 5개(금 2·은3)를 쓸어담았다.
김윤지는 "(신)의현 삼촌과 오랫동안 함께 했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선배가 같이 있다는 것이 정말 든든했고, 배울 점도 많았다"며 "의현 삼촌이 한국에서 노르딕 스키의 길을 열어주셨기에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었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하셨다"고 강조했다. 또 "의현 삼촌이 나의 성적 부담도 대신 짊어지셨다. 덕분에 나도 첫 패럴림픽에서 많이 배우고 즐기고 간다"고 말했다.
신의현-김윤지. 사진=공동취재단
신의현은 "(김)윤지와 함께 레이스를 했는데 메달을 따는 줄 몰랐다. 결승선에 들어오고 나서야 들었다"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평창 레전드'라 했고, 성적 압박감도 있었는데 윤지가 해줘서 고맙다. 한국 노르딕 스키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설원을 쉼 없이 질주하던 '선수' 신의현은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인생 2막'도 노르딕 스키와 함께 간다.
"은퇴 후 제2의 삶은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 신의현은 "일단은 한 달 이상 푹 쉬고 싶다"면서도 "장애인체육에서 많은 것을 받은 만큼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 노르딕 스키 선수로 10년 이상 뛰며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지도자로서의 삶을 예고헀다.
신의현은 "노르딕 스키가 패럴림픽에서 올림픽의 쇼트트랙처럼 효자 종목이 됐으면 한다. 효자 종목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