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훈련을 위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머물고 있던 김민혁(31·KT 위즈)은 TV로 팀원들의 경기를 지켜보다 문득 위기감을 느꼈다. '내가 저기(1군)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없어도 팀이 잘 돌아가는구나'라는 씁쓸함에 자신을 되돌아봤다. 1군 무대가 당연하다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게 된 소중한 에피소드였다.
김민혁은 작년까지 비교적 1군 자리가 보장된 선수였다. 지명타자 혹은 외야 한 자리는 언제나 그를 위해 비워져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김현수와 최원준,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까지 외야수 및 지명타자 자원들이 대거 팀에 합류하면서 위기감이 드리웠고, 설상가상 비시즌 어깨 부상까지 당하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 자신이 빠진 사이에도 팀이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주치 못했다. 다시 한번 느낀 프로의 냉정한 세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지했다.
김민혁의 이러한 객관적인 자기 인식은 2군에 머무는 동안 어린 선수들을 관찰하며 더욱 확고해졌다. 2군 경기에서 타격 부진을 겪으며 헤매던 시기, 김민혁은 언제 1군에 올라갈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땀 흘리는 젊은 선수들을 지켜봤다. 이는 그에게 '1군 자리가 당연한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나 역시 저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KT 김민혁. KT 제공
이후 그는 야구를 대하는 태도 자체를 점검했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타격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2군 코칭스태프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활로를 찾았다. 막연히 1군 복귀를 기다리는 대신, 한정된 기회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것인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는 "1군에 있었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위기감이었다. 2군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라온 1군 무대에서, 김민혁은 끝내기 솔로포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콜업된 그는 이날 2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연장 11회 말 끝내기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6-5 승리를 견인했다. 팀이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경기 후 만난 김민혁의 얼굴엔 끝내기 승리의 희열은 물론, 결연한 의지도 함께 서려 있었다. "오늘 처음 1군에 왔는데, 선수들(기량)이 너무 좋더라"고 감탄한 그는 "나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해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다. 꾸준히 이런 모습을 보여야 경쟁력을 갖추는 거라 생각한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선수로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그는 "지금의 이 자리(선발)를 잘 지키고 싶다는 욕심은 당연히 있다. 지금의 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졌다.